미국 연방정부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피하기 위해 '공무원 연금 납부 유예' 등의 ‘특별 조치’에 들어갔다. 나랏빚이 한도 턱밑까지 차올라 더 이상 빚을 낼 수 없는 상황이 다가오자 내놓은 조치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디폴트를 피하려면 부채 한도 상향이 필요한데,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백악관과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면서 증액은 쉽지 않아 보인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의회에 서한을 보내 “오늘부터 6월 5일까지 (디폴트를 피하기 위한) 특별 조치 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에는 △미 연방 공무원 퇴직 연금 △장애인 연금 △우체국 서비스 퇴직자 건강복지 기금 신규 납부 유예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는 미국 연방정부 국가 부채 규모가 법정 한도(31조3,810억 달러·약 3경8,800조 원) 턱밑까지 차오른 데 따른 조치다. 미국은 국가 부채 상한선을 법률로 정한다. 이 한도를 넘을 경우 국채 발행이 막히고 디폴트 사태에 빠진다.
다만 미국 정부가 1917년 해당 제도를 도입한 이후 부도를 낸 적은 한 차례도 없다. 위험이 코앞으로 다가올 때마다 의회가 초당적으로 법률을 개정해 부채 한도를 늘리는 방법으로 위기를 넘겨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복잡하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지출 삭감’을 부채 한도 상향의 전제 조건으로 걸고 있어서다. 정부와 민주당은 현 경제 상황에서 재정 지출 삭감은 현실성 없는 요구라고 선을 그으며 조건 없는 합의를 재촉하고 있다.
논의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자 바이든 행정부가 일단 특별 조치라는 임시방편으로 해결책을 내놓은 셈이다. 만일 정부가 5개월간 공화당을 설득하지 못해 국가부채 한도 상향에 실패할 경우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적지 않은 충격파가 전해질 수 있다.
2011년의 경우 미국 의회가 디폴트 직전 극적으로 부채 한도 협상을 타결했지만,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당시 미국 증시는 15% 넘게 폭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