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내년부터 직접 디스플레이를 만들어 애플워치를 시작으로 아이폰 등 모바일 기기에 활용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에 애플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될 핵심 고객사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해당 보도의 현실성에 물음표를 달기도 한다. 디스플레이 회사 중에서는 애플의 반도체를 생산만 하는 TSMC 같은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애플의 디스플레이 자급화에 대한 정보를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전방위로 나서고 있다. 시작은 12일 애플이 자체 디스플레이를 개발해 2024년부터 자사 제품에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는 블룸버그 통신 보도가 나오면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더 많은 부품을 직접 마련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국내 업체가 주로 생산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아닌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를 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긴장감은 더 높았다.
애플이 그동안 자체 설계 부품 비중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아이폰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A 바이오닉'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2020년 11월부터는 맥북에 들어가는 중앙처리장치(CPU)도 인텔 제품에서 자체 개발 'M' 시리즈로 대체했다.
애플이 디스플레이에서도 독립할 경우 국내 기업이 입을 타격은 크다. '아이폰14'만 해도 70%가량은 삼성디스플레이가, 20%가량은 LG디스플레이가 책임지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고객사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도 삼성디스플레이가 21%, LG디스플레이가 30~40%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애플이 실제 디스플레이를 자체 개발해도 대량 생산은 외부에 맡길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애플이 자체 개발한 AP와 CPU도 모두 대만의 TSMC가 생산하고 있다. 기술력과 양산 능력을 감안할 경우 애플이 개발한 디스플레이는 지금처럼 국내 업체들이 제작할 가능성이 크다. 2014년에도 애플이 디스플레이 전문업체 럭스뷰를 인수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의존도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결국 이는 실현되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애플은 자신들 제품에 들어갈 경우 설계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낸다"며 "최근 소문이 맞다 해도 애플이 지금보다 더 관여하겠다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이 부품 공급사와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원천 기술을 확보해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중국 BOE 등 기술력이 부족한 디스플레이 개발사에 힘을 실어줘 최종적으로 더 싼 가격에 제품을 납품받기 위한 시도라는 설명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도 "애플은 주요 부품을 만들고 활용할 때 경제적 측면을 최우선 요소로 고려한다"며 "그동안 애플이 핵심 부품을 직접 상용화하는 데 성과를 낸 사례는 드물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