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전세 대출의 허점을 악용해 44억 원의 전세대출금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제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전세사기 특별단속 실시 결과,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허위로 전세계약서를 작성해 전세대출금 44억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40대 주범 A씨를 구속하고, 공범 14명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전세대출이 임차인 소득증빙서류와 전세계약서만 있으면 쉽게 진행된다는 점을 악용했다.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전세계약서만 있으면 은행 돈을 꽁돈처럼 쓸 수 있다"고 속여 허위 임대인과 임차인을 각 7명씩 모집했다. 이후 이들은 허위 전세계약서를 작성해 주택금융공사의 전세대출 보증을 신청해, 은행에서 한 채당 7,000만∼1억2,000만 원 상당의 전세대출을 받았다. 전세대출 보증기관과 금융기관들은 A씨 범행을 눈치채지 못했다.
A씨는 범행 초반 부동산을 소유한 임대임을 모집하다, 임대인 모집이 어려워지자 일명 ‘무자본갭투자’ 형식으로 서울과 인천 소재에 차명 부동산 14채를 확보해 전세대출 사기에 활용했다. A씨는 일부 임차인들에게 “나에게 투자하면 매달 일정액의 수익을 지급해주겠다”고 속여 전세대출금을 가로채기도 했다.
A씨 범행은 한 피해자가 경찰에 “임대차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고 있다”고 신고하면서 꼬리가 잡혔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 10일 주범 A씨를 검거하고, A씨 휴대폰 통화내용 등을 분석해 공범 14명을 적발했다. 경찰은 추가 공범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법원에 몰수보전신청을 통해 범죄수익금 환수 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임차인 대부분이 대출 만기에 이르렀으나 대출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되지 않아 결국 대출 보증기관에 책임이 전가돼 국민 혈세로 마련된 기금이 누수되고 있다”며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보증기관과 대출 취급 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강화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을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