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없어지면 선배도 없죠" 해체 위기 모교 찾아 재능 기부 실천한 KT 김상수

입력
2023.01.19 07:00
"해체 위기라는 말 나오지 않도록 최선 다하겠다" 
모교 구미 도산초 야구부 방문

KT 김상수(32)에겐 올해 두 가지 바람이 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이적한 첫 해지만 주전 유격수로 자리잡는 것이 첫 번째. 그리고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모교 구미 도산초 야구부가 해체 위기에서 벗어나 튼실하게 자라게 하는 것이다.

경북 초등 야구계는 2008년 포항초교, 2022년 경주 동촌초교 야구부 폐지로 10여년 사이 2개교로 쪼그라들었다. 인구 260만의 스타의 산실 경북에 현재 포항 대해초와 구미 도산초 단 두 곳뿐이다. 이마저도 올해가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

선수 수급에 애를 먹고 있는 도산초 야구부마저 이대로라면 내년에 대회 참가가 불투명하다.

고사 위기에 빠진 경북의 풀뿌리 야구를 부활시키기 위해 야구 감독과 물론 학교 관계자 지역 장학사, 그리고 모교 출신 스타플레이어까지 발 벗고 나섰다.

18일 도산초 야구장에서 펼쳐진 어린이 야구 체험 축제도 이런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었다. 방학 기간을 이용해 일반 학생은 물론이고 지역 꿈나무를 대상으로 한 행사였다. 4시간 가량 펼쳐진 이날 행사는 야구 이론, 수비, 캐치볼, 티볼 등을 어린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꾸려졌다.

도산초 변용선(36) 신임 감독은 "야구의 즐거움과 재미를 알림과 동시에 한명이라도 인원 수급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마련된 축제"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예상치 못한 반가운 손님이 찾았다. 바로 이 학교 출신 김상수(KT)다.

김상수는 "모교 야구부가 어려운 상황임은 알고 있었는데 바쁘다는 이유로 후배들을 챙기지 못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후배가 배출되지 않으면 선배도 함께 없어진다. 도산초 야구부가 사라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어 “학교를 찾아오고 물품을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꾸준한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바쁘다는 이유로 후배들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변용선 감독은 "야구 꿈나무들을 위해 한 걸음에 달려와준 김상수 선수로 인해 오랜만에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 것을 보니 진정한 프로야구 선수의 존재 가치를 느꼈다”고 화답했다.

박인숙(61) 도산초 교장도 “더구나 올해는 삼성에서 KT로의 이적한 첫 해라 몸과 마음이 쫒길 텐데도 시간을 쪼개 방문해준 김 선수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교장은 "올해는 야구장 인조 잔디 공사와 외야 펜스 교체, 낡은 감독실과 편의시설을 헐고 새로 건립 예정”이라며 “최근 몇 년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야구부를 반드시 정상화시켜 예전의 위상을 되찾겠다”고 강조했다.


박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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