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리션 엔진'과 '캐즐'...CES 두 회사 부스의 똑 닮은 알약 분배기,기술 탈취 갈등 불씨 당겼다

입력
2023.01.18 22:00
롯데헬스케어, 알약 분배기 아이디어 탈취 의혹
알고케어 "투자한다며 아이디어 베껴"
롯데헬스케어 "보편적 기술, 참고조차 안 했다"


롯데그룹 헬스케어 사업을 전담하는 롯데헬스케어가 스타트업 아이디어 탈취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를 제기한 헬스케어 스타트업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를 상대로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다만 롯데헬스케어는 "누구나 사용하는 기술일 뿐 알고케어 기술을 베낄 이유가 전혀 없다"며 강하게 반발해 양측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알고케어 "투자한다더니 아이디어 베껴 가"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18일 공지문을 통해 "롯데헬스케어가 사업 투자를 제안한 뒤 아이디어를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사건은 2021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롯데그룹 벤처캐피털 롯데벤처스와 롯데헬스케어는 알고케어가 개발한 알약(영양제) 분배기에 투자를 하겠다며 연락을 해왔다. 롯데헬스케어 측 우웅조 상무 등은 "제품 개발 생각이 전혀 없고 롯데헬스케어 플랫폼에 알고케어 제품을 도입하고 싶다"며 제품 시연도 한 차례 진행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롯데헬스케어는 투자 논의 과정에서 알고케어 나스(당시 알고케어 분배기 이름)의 작동원리 및 구조와 분배기 안에 들어가는 카트리지(알약 통) 등 구성 품목, 사업 모델 관련 의료법 등 규제 내역과 제품의 특허 등 지식재산권 관련 정보 등을 얻었다. 하지만 이후 투자 논의는 진전되지 않았고 롯데헬스케어는 "자체 제품 제작"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두 회사의 갈등이 터져나온 시점은 올해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 현장이었다. 알고케어는 알약 분배기 '뉴트리션 엔진'을 CES 현장에 전시했는데, 참관객 여럿이 "롯데헬스케어에서 본 제품"이라고 제보를 해왔다. 이에 정 대표가 직접 롯데헬스케어 부스에 가보니 자신들의 제품과 작동 방식이 똑같은 제품이 전시되어 있었다는 것.

정 대표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알고케어 분배기는 기계 내부에 알약별 카트리지를 넣어 두면 자동으로 알약이 나오는 시스템"이라며 "기존 제품은 수동으로 알약을 쏟아붓고 알약 배출 방식도 직접 설정하는 것으로 이런 자동화 제품은 전 세계에 출시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롯데헬스케어가 똑같은 원리의 제품을 베껴서 내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고케어가 문제 삼은 제품은 롯데헬스케어 핵심 사업인 헬스케어 플랫폼 '캐즐'이다. 소비자 자가진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테라젠헬스의 유전자 분석 기술을 종합해 추천받은 영양제를 캐즐 내부 카트리지에 담아 놓으면 개별 사용자 각각에게 필요한 영양제 배합이 자동으로 분배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 사업으로 전해졌으며 3월 서비스 출시 후 12월부터는 기업 대상 세일즈에도 나설 계획이다. 기계 안에 카트리지가 들어가고 자동으로 알약이 분배되는 작동 원리는 나스와 유사하다.

정 대표는 "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와의 투자 논의 미팅 이후 1년여 만에 핵심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따라하는 행위는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심각한 문제"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고 형사소송 등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헬스케어 "보편적 기술일 뿐 베낄 이유 없다"



롯데헬스케어는 알고케어 주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우선 알고케어가 주장하는 알약 분배기의 유사성에 대해 "누구나 사용하는 기술일 뿐 아이디어 탈취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베끼기 논란의 핵심인 카트리지 배분 방식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인 위생이 강조되면서 많은 기업에서 채택하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롯데헬스케어 관계자는 "알약 배분기에 카트리지를 넣는 방식은 보편적"이라며 "이 기술이 아이디어 탈취라면 커피 캡슐을 사용하는 모든 제품도 서로 아이디어를 베끼고 있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또 "헬스케어 사업은 알약 분배기 자체보다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다"면서 "롯데헬스케업과 알고케어가 추구하는 사업방향이 전혀 달라 아이디어를 참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알고케어가 공개한 녹취나 주장은 유리한 부분만 짜깁기한 것"이라며 "우리도 충분한 반박 자료가 있다"고 덧붙였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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