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클로징 멘트로 "다음 주에 만나요, 제발"을 외치던 '라디오스타'가 어느덧 16주년을 맞이했다. 논란도 많았지만 '라디오스타'의 가치는 분명하다. 국내 지상파 토크쇼 최장수 프로그램이 되기까지의 길은 험난했다. 16년간 지켜온 이들의 소신은 무엇일까.
지난 2007년 첫 방송된 '라디오스타'가 800회를 넘어 MBC 장수 대표 예능이 됐다. 늘 꽃길만 걸었던 건 아니다. '라디오스타'는 여러 차례 전성기와 위기론을 번갈아가며 맞았다.
방송 초반에는 진행자들의 과감한 발언이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독설'이 통하던 시대에 '라디오스타'가 갖고 있는 장단점이 확실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시청자들은 편안한 토크쇼를 원했고 '라디오스타'도 이에 순응했다. 유튜브,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차고 넘치는 자극과 선정적인 콘텐츠들을 지상파에서도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인지한 '라디오스타'는 독설을 빼고 유쾌함을 넣었다.
수년간에 걸쳐 조금씩 변화를 감행한 덕분일까. '라디오스타'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토크쇼의 명맥을 이어가는 중이다. 윤종신의 하차, 김구라의 태도 논란 등 크고 작은 역풍이 불거졌지만 자체 생명력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MC들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알고 있었다. 앞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김국진은 "위기에 휘둘리기 시작하면 그게 진짜 위기"라며 "이 정도는 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우리가 있는 자리에서 꾸준히 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그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소신을 드러냈다.
김국진이 밝힌 비결은 결국 정통법이다. '우리는 우리답게'라는 쉽고 단순한 방법이 지금의 '라디오스타'를 만들었다. 경쟁 프로그램이었던 '골목식당'이 빠르게 부흥했다가 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동안 '라디오스타'는 차분히 게스트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눴다. 스타들의 진솔한 이야기 또는 의외의 명장면이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다.
여기에는 안영미의 기용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안영미의 존재감은 김구라의 딱딱한 멘트를 융화시켰고 의외의 케미스트리를 내면서 '영'한 에너지를 냈다. 배우 류승수와 김호영의 조합이 명장면으로 소비되는 것이 '라디오스타'가 걸어가는 길을 증명하는 중이다. 스타들이 반전의 면모를 보일 때, 어떠한 편견을 스스로 타파했을 때 비로소 그의 매력을 담아냈다고 볼 수 있다. 네 명의 색채 다른 MC들이 각자의 역할을 잘 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토크쇼가 시청자들에게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포맷이고 또 김구라의 표현처럼 '노포'에 가까울 정도로 익숙할지언정 고유의 맛을 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라디오스타'에게 주어진 숙제는 여전히 많다. 그러나 안정적인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과도한 혁신은 때로 부작용을 야기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라디오스타'의 전략은 성공한 케이스다. 시대 흐름에 발맞춰 불편함 없이 재미를 전달하겠다는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습득했고 앞으로도 유지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