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김정은 암살’을 주제로 농담을 나눴던 사실을 공개했다. 2018년 북미정상회담 사전정지 작업을 위해 극비리에 북한을 방문했을 때 일화다.
17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가 입수한 폼페이오 전 장관 회고록에는 2018년 3월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던 그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비밀 방북했던 당시 이야기가 담겼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내 비밀 임무는 3월 30일 성(聖)금요일(부활절 직전 금요일)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이륙하면서 시작됐다”며 “목적지는 북한 평양, 나는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지구상에서 가장 어두운 곳 중 한 곳으로 향했다”고 적었다.
그는 “임무는 극소수에게만 알려진 완전한 비밀이었다”며 “목표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하지 못하고 사실상 현재의 고조된 위협으로 이어진 과거의 실패한 노력을 바로 잡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김 위원장과 처음 대면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이 작고 땀에 젖은 사악한(evil) 남자는 온갖 매력을 동원해 어색한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했지만, 학살범에 어울리는 수준이었다”고 적었다. 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폼페이오 전 장관을 ‘국장(Mr. Director)’이라고 부른 뒤 “난 당신이 나타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당신이 나를 죽이려 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나와 우리 팀은 이 순간(김정은과 대화를 시작하는 순간)을 준비했지만, 암살에 대한 조크는 '그가 나를 맞이할 때 말할 수도 있는 목록'에는 없었다"며 당황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하지만 나는 CIA 국장이었고, 그의 기지 넘치는 발언을 이해할 수도 있었다. 나는 유머로 응대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그는 “‘위원장님, 나는 여전히 당신을 죽이려고 합니다’라고 답했다"며 "그 대화 직후 찍은 사진에서 김정은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내가 농담을 했다고 확신하는 것 같았다”고 썼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특사 방북 이후 약 40일 만에 국무장관 자격으로 재방북하는 등 여러 차례 평양을 찾아 북미정상회담을 조율했다.
그는 유력한 2024년 대선 출마자이기도 하다. 이번에 폭스뉴스를 통해 공개된 회고록, ‘한 치도 물러서지 말라, 내가 사랑하는 미국을 위한 싸움(Never Give an Inch, Fighting for the America I Love)’은 오는 24일 발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