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1년여 만에 처음으로 워싱턴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후한 대접”을 받았다고 일본 정부가 평가했다. 그러나 기밀문서 유출 의혹이 불거진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을 생략하는 등 회담에 대한 열의 면에서 ‘온도 차’가 보였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의 최측근인 기하라 세이지 관방부장관은 13일(현지시간) 미일 정상회담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례적”이라거나 “후한 대접”이란 단어를 반복하며 양국의 밀월 관계를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오전 백악관 건물 앞까지 나와서 직접 기시다 총리를 맞이했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기하라 부장관은 “바이든 정권에서 각국 정상의 영접은 의전장이 맡는 것이 보통”이라며 “쌀쌀한 날씨에도 현관까지 나와 맞아 준 것은 인상적이고, 대단히 감사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차량에서 내린 기시다 총리와 어깨동무를 하고, 백악관 로즈가든 옆 복도를 함께 걸으며 회담장으로 향할 때도 기시다 총리의 어깨에 한 손을 얹는 등 친밀한 모습을 보였다. 정상회담에 앞서 기시다 총리는 부통령 관저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아침 식사를 하며 대화도 나눴다. 기하라 부장관은 “조찬을 포함해 바이든 정권이 기시다 총리를 매우 환영하고 후대했다”고 강조했다.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총리가 어떤 대접을 받는지는 일본에서 큰 관심거리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골프를 치며 친밀한 관계를 과시했다. 반면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2021년 4월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미국 측이 방역을 이유로 만찬 요청을 거절하고 햄버거를 내놓아 푸대접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후한 대접’을 받았다는 일본 정부 설명과 달리 미국 측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생략했고, 기시다 총리와 관계를 보여줄 만한 다른 일정도 잡지 않았다. 이와 관련, 마이니치는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문서 반출 의혹에 대한 질문이 나올 것으로 예상해 미국 측이 기자회견을 생략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일본이 아직 명확하게 동참하지 않은 것도 공동 기자회견 생략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양측의 절실함에도 차이가 있었다. 실제 코로나19 확산 등의 이유로 취임한 지 1년이 넘도록 워싱턴에 가지 못했던 기시다 총리는 1월 하순 정기국회 시작 전 방미하고 싶다고 강하게 희망해 이를 성사시켰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일본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했고, 올해 5월에도 G7 정상회의 때 히로시마를 방문할 계획이어서 이번 회담에 그렇게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