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한 혐의를 받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재판이 이번 주부터 시작된다. 한 달여 만에 재개된 대장동 개발비리 관련 재판에선 지난주에 이어 '대장동 일당'인 정민용 변호사에 대한 검찰 측 증인신문이 계속될 예정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 박정제 박사랑 박정길)는 20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서훈 전 실장과 서욱 전 장관,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전 원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공판준비기일엔 공소사실에 대한 양측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조사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피고인의 직접 출석 의무는 없다.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인 고(故) 이대준씨 사망을 은폐하기 위해 2020년 9월 23일 열린 청와대 1차 관계장관회의를 마친 뒤 군과 경찰에 '보안 유지' 조치를 지시하고, 이대준씨의 표류를 월북으로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 허위 보도자료와 보고서 배포를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박 전 원장은 1차 회의가 끝난 뒤 이대준씨 관련 첩보 51건과 보고서 4건(중복 포함) 등을 무단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서 전 장관 역시 서 전 실장의 보안 유지 지시에 따라 국방부 실무자에게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 올라온 군사 기밀 삭제를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과 노은채 전 국정원 비서실장도 사건 은폐에 가담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자해로 중단됐던 대장동 사건 재판도 한 달여 만인 13일 재개됐다. 검찰은 이날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공모지침서를 김만배씨 등 대장동 일당에게 유리하게 작성한 혐의를 받는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를 증인 신문했다.
검찰은 16일 열릴 공판에서도 정 변호사 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정 변호사는 지난 신문에서 2014년 12월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사업 보고를 한 적이 있느냐는 검사 질문에 "그렇다"고 인정하면서도 "다만 이재명 시장이 확정이익이나 건설사 배제 관련 지시를 구체적으로 하진 않았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