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가가 세월호 유족에 2차 가해... 추가 배상해야"

입력
2023.01.12 17:17
"기무사 사찰로 사생활 침해" 인정... 위자료 증액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유족 사생활 침해를 인정해 위자료를 추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 이광만 김선아 천지성)는 12일 고(故) 전찬호군 아버지인 전명선 4·16 민주시민교육원장 등 세월호 참사 유족 228명이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세월호 희생자 118명의 유족 355명은 2015년 9월 세월호 특별법에 따른 보상을 받지 않고 국가와 세월호 선주사인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10억 원 안팎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국가가 안전 점검 등 관리 소홀로 참사 원인을 제공했고, 초동 대응과 현장 구조를 제대로 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취지였다. 청해진해운에 대해선 무리한 증·개축과 운항 과실 등을 지적했다.

1심은 정부와 청해진해운의 책임을 인정하며 이들이 공동으로 지급할 위자료를 △희생자 1명당 2억 원 △배우자 8,000만 원 △친부모 각 4,000만 원 △자녀, 형제자매, 조부모 등에게 각각 500만∼2,000만 원 등 총 723억 원으로 정했다.

하지만 유족 가운데 228명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기무사가 사찰을 통해 유족들에게 2차 가해를 했다"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여 위자료를 증액했다. 재판부는 "기무사가 직무와 무관하게 세월호 유가족의 인적사항과 정치 성향 등을 사찰해 보고함으로써 원고들의 사생활 자유를 침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심에서 인정한 배상금에 더해 국가가 희생자 친부모 1명당 500만 원, 다른 가족에겐 100만∼300만 원의 위자료를 추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판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국가가 '진상규명과 안전 사회'를 외치는 유족과 시민을 종북 좌파로 몰아가며 온갖 탄압을 자행했다"며 "오늘 선고는 국가와 기무사 행위가 불법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국가는 국가폭력에 사과하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며 "그래야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 같은 안타깝고 비극적인 일이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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