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이 택배노동조합과의 교섭에 응해야 하는지를 두고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택배노조 손을 들어줬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에 "즉각 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정용석)는 12일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재심판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전국택배노조는 2020년 3월 CJ대한통운이 택배 인수시간 단축 등 노무조건에 대한 단체교섭을 거부하자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구제 신청에 나섰다. 같은 해 11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의 사용자성을 부정하고 구제 신청을 각하했지만, 이듬해 6월 중앙노동위원회가 다른 판정을 내놨다. "원청인 CJ대한통운이 실질적으로 택배기사들 업무에 지배력을 갖고 있다”며 구제 신청을 인용한 것이다.
CJ대한통운은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택배기사와 위수탁 계약을 맺은 당사자는 하청인 대리점이기 때문에, CJ대한통운은 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였다.
법원은 그러나 이날 중노위 판정을 유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복합적 노무관계가 확산된 상황에서 원사업주에게만 교섭의무를 부담시킬 경우 헌법상 기본권인 근로3권이 온전히 보호받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CJ대한통운 측은 "기존 대법원 판례를 뒤집은 1심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선고 직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원 측에 단체 교섭을 촉구했다. 진경호 택배노조위원장은 "그간 교섭할 권한과 대상이 없어 투쟁밖에 할 수 없었다"며 "계속 교섭을 거부하면 CJ대한통운 사장을 부당노동행위로 형사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단체교섭 요구 움직임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입법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은 노조 파업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취지가 담겨 있지만, 법안 발의 과정에서 하청 근로자의 원청 교섭권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