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우주경제 시대에 대응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달 자원채굴 기술 개발을 본격화한다. 흙에서 발생하는 전기를 이용해 자원을 채굴하는 기술 분야에서,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공동연구 착수를 앞두고 있다.
이평구 지질연 원장은 1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2045년 우주경제 강국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다"며 "달의 풍부한 자원을 탐사하고 그것을 회수해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우리 연구원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지질연은 나사 랭글리 연구소와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달의 핵심 광물인 헬륨-3 추출의 핵심은 적은 에너지로 어떻게 장비를 구동시키느냐"라며 "우리는 흙 자체에 있는 흙 입자 전하를 이용해 전기에너지를 생산하고 이를 통해 채굴을 진행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질연에 따르면 흙 전하 이용 방식은 △우주 먼지에 취약한 태양 전지 △초대형 발사체가 필요한 원자로보다 달 환경에서 유리하다. 지질연 관계자는 "흙 전하를 이용한 채굴 등 4개의 공동연구를 나사와 협의하고 있다"며 "필요한 절차가 대부분 완료돼 이르면 올 상반기 양해각서(MOU)가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질연이 개발한 감마선(방사능 물질이 붕괴하면서 생기는 방사선 중 하나) 분광기는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에 탑재돼 물, 산소 등 달 표면 자원에 대한 지도를 만들고 있다. 또 1월 1일자로 '국토지질연구본부'를 '국토우주지질연구본부'로 개편하고 산하에 우주자원개발센터를 설립, 우주개발 분야 연구 역량을 강화했다. 이 원장은 "남극 개발에서 보듯, 달에 대한 '영토' 주장은 달 자원을 탐사할 수 있고 자원 추출기지를 건설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며 "아무도 덤벼들지 않는 '플랫폼 기술' 개발을 우리 정부출연연구소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자원인 리튬 확보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질연은 자체 개발한 친환경 선광·제련 기술을 통해 리튬 2차 가공 생산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리튬 부국인 호주의 서호주 주지사가 연구원 방문을 최근 요청했다고 한다.
이밖에 폐차된 전기차에서 핵심광물을 추출하는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도 국내 기업에 이전하는 등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 지질연이 경북 울진군에서 발굴한 국내 리튬 광산도 올해 매장량 및 경제성 평가까지 완료된다. 이 원장은 "한국이 자원 빈국이라고 하지만, 서울을 달리고 있는 전기차가 사실은 모두 자원"이라며 "폐배터리 재활용과 국내 리튬 가공을 활성화한다면 10~20년 뒤 한국은 리튬 자원부국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