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대표 선임 과정의 중요한 요소들이 무너지고 있다."
11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대로 된 공영방송 TBS 어떻게 만들 것인가' 토론회에서 이용성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자문특별위원장이 꺼낸 얘기다.
TBS 새 대표 선임이 시작부터 난항이다. 생중계 예정이던 후보자 정책설명회가 비공개로 바뀌면서 뒷말을 낳고 있다. 특히 진보시민단체를 중심으로 TBS의 우향우를 걱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TBS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13일 새 대표 후보자 6명을 대상으로 정책설명회를 개최한다. 후보자들은 서울시민 중 무작위로 선정된 100명 앞에서 정책을 발표한 뒤 평가를 받는다. 정책설명회가 끝나면 임추위는 16일 후보자 면접을 진행한 뒤, 2명 이상의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중 1명을 TBS 대표로 임명한다.
하지만 이강택 전 대표 선임 때인 2019년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던 정책설명회가 돌연 비공개로 바뀌면서 의구심을 낳고 있다. TBS 안팎에서는 "서울시가 염두에 둔 후보를 대표로 결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전날 TBS 두 노조도 성명을 통해 "서울시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선임 과정이 필요하다"며 "정책설명회와 시민평가단 평가를 생중계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시의회 토론회에 참석한 유선영 TBS 이사장은 "이번 정책설명회 비공개는 후보자들의 개인신상 정보 노출 등 우려로 관련 주체들의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임추위 규정이나 절차 등 제반 규정이 부족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
TBS의 내우외환도 진행형이다. 출연금 삭감을 비롯해 퇴출된 프로그램의 빈자리를 메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TBS는 2016년 9월 첫 방송 이후 동시간대 라디오 청취율 1위를 기록한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신장식의 신장개업'을 올해부터 사내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158만 명에 달하던 TBS 유튜브 구독자 수가 13만 명 가까이 감소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TBS의 교통방송 기능을 전환해 자생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갈 길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TBS는 12일 오전 상암동 스튜디오에서 '차기 대표 공모 진행 과정에서 TBS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신년 토론회를 연다. TBS 관계자는 "시청자와 학계, 시의회 등 전문가와 함께 더 나은 TBS를 만들기 위한 자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