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 최대 무역수지 적자를 유발한 수출이 올 들어 10일까지 ‘마이너스 출발’을 했다. 올해 세계 성장률이 1%대까지 내려앉을 거라는 예상까지 더해져 향후 전망도 어둡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1~10일 수출액은 138억6,2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9% 줄었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29.5%)와 정밀기기(-11.5%)의 감소폭이 컸다. 특히 반도체 수출 감소폭은 지난해 11월 28.6%, 12월 27.8%에서 이달 1~10일 30%에 육박하며 수출 감소세를 이끌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줄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 수출(-23.7%)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도 한몫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지역 봉쇄로 경제 성장세가 둔화한 탓이다. 만약 이달에도 수출이 전년 동월보다 줄어들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연속 ‘수출 역성장’을 하게 된다.
반면 수입은 늘었다. 1~10일 수입액은 1년 전보다 6.3% 늘어난 201억3,400만 달러였다.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원유(-6.5%)와 가스(-12.9%) 수입은 줄었지만, 무선통신기기(87.9%)와 승용차(66.2%), 기계류(28.5%) 수입액은 늘었다.
수출은 줄고 수입은 증가한 탓에 무역수지는 62억7,2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전월(49억8,400만 달러 적자)은 물론, 지난해 같은 기간(49억5,400만 달러 적자)과 비교해도 마이너스 폭이 커졌다. 지난해 국내 무역적자는 사상 최대인 472억 달러로,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정부가 수출 비상 사태 극복을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수출 환경과 밀접한 세계 경기가 둔화하고 있어 당분간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글로벌 경제 활력은 상당히 취약할 것”이라며 “세계 경제의 불황과 그에 따른 교역시장의 수요 위축 현실화로 수출이 침체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세계은행(WB)은 이날 발표한 ‘1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 세계 성장률을 1.7%로 제시했다. 기존 전망(3.0%·지난해 6월)보다 1.3%포인트 끌어내렸다. 최근 30년 중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과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성장률이다. WB는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물가를 잡기 위한 급격한 금리 인상, 코로나19 대유행,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이 세계 경제를 침체로 밀어넣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