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급 불안 가능성 대응 차원에서 한번 들여와 본 스페인산 달걀이 15일부터 시중에 풀린다. 국산 달걀과 달리 껍데기에 표시된 숫자가 5자리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등으로 국내 수급이 악화할 경우에 대비해 정부가 시범적으로 수입한 스페인산 달걀 121만 개가 10일부터 순차적으로 국내에 도착해 이르면 15일부터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와 식자재업체에 공급된다.
스페인산 달걀은 국산과 같은 황색란이다. 그러나 수입 달걀은 껍데기(난각)에 농장고유번호 없이 5자리(산란일자+사육 환경) 숫자가 표시돼 있어 농장고유번호를 포함, 숫자가 10자리인 국산과 맨눈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아울러 포장재에서도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다. 스페인에서 위생검사를 거치고 국내에서도 별도 위생검사가 이뤄지는 만큼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으리라는 게 농식품부 설명이다.
당장 공급이 모자라 수입한 것은 아니다. 이번에 스페인에서 들여오는 물량은 국내 일일 달걀 생산량(약 4,500만 개)의 2.7%에 불과하다. 김정욱 농식품부 축산정책관은 “이번 수입은 향후 산란계 살처분이 대폭 증가해 국내 계란 공급 상황이 나빠질 경우에 대비하려는 취지”라며 “본격 수입 때 시행착오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급 안정 대책도 마련해 놓은 상태다. 달걀 수급 상황이 불안해지면 스페인뿐 아니라 AI가 발생하지 않은 미국 내 지역 등 여러 곳에서 물량을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설 성수기에는 비축물량 1,500만 개를 방출한다.
아직 달걀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라는 게 농식품부 평가다. 지난해 10월 17일 이후 국내 가금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61건 확인됐는데, 그중 산란계 농장 발생 사례는 21건이었다.
농가는 반발했다. 정부가 가격 하락을 부추긴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산란계협회는 “정부가 시중 판매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스페인계 달걀을 수입했다”며 “상식적이지 않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