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발사를 성공으로 이끈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조직개편 내홍과 관련, 이상률 항우연 원장이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내부 문제를 외부에 알렸던 이들을 징계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진행해야 할 사업이 많은데 시간이 아깝다"고 일축했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누리호 때처럼) 하나의 목표 아래 일을 할 때에는 '단일라인 조직'이 가장 효율적이지만 이제는 차세대 발사체도 만들어야 하고 소형 엔진도 만들어야 한다"며 "자원은 한정돼 있는데, 동시다발적으로 사업을 지원하려면 조직 개편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항우연은 기능별 조직과 프로젝트별 조직을 혼합한 '매트릭스형' 조직개편을 도입하며 이 방식을 적용한 발사체연구소를 신설했다. 이에 대해 일부 간부들이 조직개편을 반대하며 보직을 사퇴하는 등 갈등이 커졌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과거 아리랑 3, 5호를 동시에 개발할 때에도 비슷한 논쟁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현재 국내외 대부분의 우주항공 조직은 매트릭스 형태로 사업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업계에서는) 이미 결론이 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조직개편에 반대하며 보직 사퇴서를 제출했던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에 대해서는 계속 설득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은 "(고 본부장이) 3일 출근을 해서 한 시간 정도 대화했고, 5일과 9일에 추가로 만나 계속 대화를 했다"며 "누리호 3차 발사를 위해 필요한 인원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다 지원한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무한정 늘어질 수는 없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설립될 우주항공청과의 역할 분담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세부적으로 신경 쓰기보다는 항우연의 업무에만 집중하겠다고 답했다. 이 원장은 "제가 에너지를 써서 바꿀 수 있는 일이면 하겠지만, 이건 저희가 우긴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국가의 우주계획을 분석하고 항우연의 대응 방안을 만드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항우연의 젊은 연구원에 대한 처우 개선도 언급했다. 이 원장은 "항우연 초봉이 3,800만 원으로 25개 과기 출연연 중 21위에 불과하다"며 "초봉을 4,200만 원까지 올리고 젊은 연구원들에 대한 여러 처우를 개선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누리호 3차 발사는 5월 초에 이뤄질 전망이다. 최환석 항우연 발사체연구소장은 "3월 말쯤 발사운영조직을 구성해 5월 초에 맞춰 발사 준비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