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메타버스 분식집 ②세 배 매운 제페토 신라면 ③성수동 팝업스토어...농심은 젊어지려 한다

입력
2023.01.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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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제페토' 레시피 신제품으로 출시
9일 성수동에 '신라면 팝업스토어'도 시작
장수 브랜드도 안심 못 해…MZ 접점 확대


끓는 물에 기존 신라면보다 세 배 매운 라면 스프를 넣는다. 면발은 푹 익히지 않고 꼬들꼬들하게 삶는다. 고기 건더기와 계란을 더 많이 넣어 씹는 맛을 살린다.

농심이 지난해 10월 네이버제트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문을 연 '신라면 분식점'에서 인기를 끈 '고기매콤꼬들계란' 레시피다. 제페토에서 새 제품 콘셉트를 정하는 '천하제일 라면 끓이기 대회'를 진행했는데, 이 레시피가 소비자에게 가장 많은 투표 수를 받았다.

농심은 9일 이 레시피를 적용한 신제품인 '신라면 제페토 큰사발'을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스코빌지수(SHU) 6,000SHU로 기존 신라면 큰사발과 비교해 세 배로 맵게 만든 게 특징이다. 여기에 고기와 계란을 추가해 기존 건더기 스프 대비 중량을 약 두 배인 4.9g까지 늘렸다. 컵라면 용기는 전자레인지 조리가 가능한 소재로 적용해 면을 더 쫄깃하게 즐길 수 있게 했다.

농심이 이처럼 매운맛 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자극적 음식에 익숙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입맛을 잡기 위해서다. 농심은 주력 제품 대부분이 장수 브랜드라, 새로운 취향의 젊은 세대와 접점을 늘려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었다. 회사는 이번 신제품 외에도 지난해 하반기 건면 간편식 '파스타랑', 건면 라면 '라면왕 김통깨' 등 차세대 '스테디셀러'를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장수제품 '신라면', MZ세대와 더 가까워진다


방문객 40만 명을 끌어모았던 제페토의 '신라면 분식점'도 이날부터 가상 공간이 아닌 실제 가볼 수 있다. 농심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다음 달 8일까지 '신라면 분식점'을 현실로 옮긴 '신라면 카페테리아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매운맛 정도와 면발 종류, 건더기 스프 등 맛과 재료를 고객 취향대로 골라 셀프 조리대에서 만들면서 재미와 맛까지 잡겠다는 계산이다.

농심 관계자는 "고정 소비층인 기성 세대를 넘어 MZ세대까지 충성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텔레비전 광고 형식에서 벗어나 메타버스 등 새로운 채널 위주로 소통을 늘려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는 장수 제품이라고 믿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취향과 맛, 영양 성분 등을 따져 각자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브랜드 충성도가 높지 않아 장수 브랜드라도 개성 넘치는 이들의 성향에 맞춘 전략적 접근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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