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 때 경북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3곳에서 8명이 숨진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포항시 공무원과 한국농어촌공사 직원,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등 5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영장을 반려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의 아파트 관리사무소장들로 구성된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경찰에 구속영장 신청 철회를 촉구하며 삭발 시위를 벌였고, 참사 유가족들은 검찰의 영장 반려에 항의하며 피켓 시위에 나섰다.
포항 지하주차장 유가족들로 결성된 ‘포항 냉천 유가족협의회’는 5일 오전 11시 대구지검 포항지청 앞에서 ‘구속영장을 기각한 포항 검찰을 강력 규탄한다’는 내용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유가족들은 “경찰이 오랜 기간 수사 끝에 피의자들의 혐의를 입증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 검찰이 기각했다”며 “검찰이 공정하고 철저하게 수사를 한다고 판단될 때까지 목요일마다 시위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6일에는 대한주택관리사협회가 포항지청 앞에서 “주의 의무를 다한 선량한 관리소장에게 천재지변 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됐다”며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철회해달라”고 촉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협회 관계자 등 3명은 경찰 수사에 항의하는 뜻에서 삭발하고 27일과 28일에도 집회를 이어갔지만, 검찰이 영장을 반려했다는 소식에 중단했다.
주택관리사협회는 경찰이 영장을 재신청하면 집회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라, 유가족들과 마찰도 우려된다.
경찰은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폭우로 냉천이 범람할 때, 포항시와 아파트관리업체, 농어촌공사 등이 부실하게 대응해 인명피해를 키웠다고 보고 수사해왔다. 농어촌공사는 냉천 상류에 위치한 저수지 ‘오어지’를 관리하고 있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혐의를 좀 더 명확히 정리해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앞서 구속영장을 신청한 피의자들 외에도 이강덕 포항시장을 포함해 10여 명을 수사하고 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내습한 지난해 9월 6일, 포항 남구 오천읍과 인덕동 아파트 지하주차장 3곳에서 주민 10명이 불어난 물에 갇혀 2명은 구조됐지만, 8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포항에는 당시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오천읍과 인덕동을 가로지르는 냉천이 범람했고, 여의도 3배 면적의 포스코 포항제철소까지 침수됐다. 지하주차장에 갇힌 주민들은 ‘차를 빼라’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안내방송을 따라 내려갔다가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물살에 빠져 나오지 못해 변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