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1일 전통시장서 농수산물 사면 30% 상품권 환급

입력
2023.01.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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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안정대책... 1월 내내 '온누리' 할인
성수품 공급 늘리고 에너지바우처 인상

설 연휴 전 일주일 동안 전통시장에서 농축수산물을 사면 30%까지 상품권으로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노인, 장애인, 한부모 가정 등 취약층에는 더 큰 금액의 전기ㆍ가스 등 에너지 이용권(바우처)이 지급된다.

정부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방안이 담긴 ‘설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가장 신경 쓴 것은 성수품 물가 안정이다. 수단은 가격 할인과 공급 확대 두 가지다. 우선 역대 최대 규모인 300억 원을 투입해 농축수산물 할인을 유도한다. 설 직후인 25일까지 3주간 체감 물가를 낮추려는 의도다.

특히 전통시장 이용 고객에게 혜택이 많이 돌아간다. 14~21일 전통시장에서 농축수산물을 구매하면 최대 30%를 온누리상품권(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상품권)으로 1인당 2만 원까지 곧장 환급해 주는 행사가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17개 시ㆍ도가 선정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간편 환급 시스템을 시범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정부는 지난해 추석까지 농축산물 588곳, 수산물 630곳이던 제로페이(소상공인 간편 결제 서비스) 할인 지원 가맹 전통시장을 각각 620곳, 670곳으로 늘리고, 고령 부모에게 자녀가 상품권을 쉽게 사 줄 수 있도록 제로페이 선물하기 기능을 추가하기로 했다.

온누리상품권 할인은 이달 내내 계속된다. 카드형 상품권의 할인율이 5%에서 10%로 올라가고, 7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상향된 할인 구매 한도가 적용된다. 전통시장 이용을 장려하고 국민의 성수품 구매 부담을 덜어 주려는 게 정부 취지다.

성수품 위주의 유통업체 자체 할인과 농ㆍ축협, 수협 같은 생산자단체나 지방자치단체, 우체국쇼핑ㆍ공영홈쇼핑 등이 주관하는 할인 행사도 설 전후로 이어진다. 품목에 따라 10~40%의 할인율이 적용된다.

성수품 공급 규모 역시 이번 설이 역대 최대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 비축이나 계약 재배 물량을 방출하는 식으로 배추와 무, 사과, 소고기ㆍ돼지고기, 명태, 고등어 등 16대 설 성수품 20만8,000톤이 설 직전인 20일까지 시장에 풀리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공급량은 평시 대비 농산물이 2.2배, 축산물 1.3배, 임산물 2.3배, 수산물 1.4배다. 특히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여파로 계란 수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스페인산 신선란(121만 개)을 시범 수입하고 필요하면 국영무역 공급 물량을 늘리기로 했다.

물가 관리와 함께 민생 지원 역시 대책의 핵심 축이다. 급선무는 에너지 가격 급등 탓에 커진 취약계층의 고통을 줄이는 일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1,186억 원 추가 투입을 통해 올 들어 대폭 인상된 전기료를 깎아 주는 혜택을 취약가구 340만 호에 제공할 예정이다. 복지 할인 외에 월평균 사용량(313㎾h)까지 1년간 요금 인상 전 단가를 적용하는 식이다.

아울러 4월까지 동절기 에너지 바우처 단가를 14만5,000원에서 15만2,000원으로 올린다. 에너지 바우처는 전기나 도시가스, 등유, 액화석유가스(LPG), 연탄 등을 살 수 있도록 정부가 취약층에 지급하는 일정 금액의 이용권이다. 소년ㆍ소녀 가장과 한부모 취약가구에 지원되는 등유 바우처 단가는 31만 원에서 64만1,000원으로 인상된다.

이 밖에 설 전후 중소기업ㆍ소상공인 대상으로 국책은행 등을 통해 총 39조 원 규모의 대출ㆍ보증을 공급하거나, 연휴 기간인 21~24일 4일간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고 맞벌이ㆍ한부모 가정 대상 아이 돌봄서비스를 정상 운영하는 방안 등이 대책에 포함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른 설 명절 성수기 수요에 전기료 인상과 금리 상승 등이 겹치며 취약층 위주로 겨울철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며 “물가ㆍ민생 안정이 정책 지원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상반기 직접일자리 94만 명 채용… 고용 절벽 대비

이날 회의에서는 올해 재정 신속 집행 계획과 주요 공공기관 투자 효율화 추진 계획도 논의했다. 정부는 경기 침체와 ‘고용 절벽’ 가능성에 대비해 연간 직접일자리 104만4,000명의 90%인 94만 명을 상반기에 채용하기로 했다. 직접일자리는 노인 등 취업 취약층에 한시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부 사업이다.

공공기관 투자도 앞당겨진다. 27개 주요 공공기관이 올 투자 목표 63조3,000억 원의 55%에 해당하는 34조8,000억 원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도록 해 경기 위축에 대비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세종=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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