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구두’ 신은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 “그는 왜?” 숨겨진 의미는

입력
2023.01.04 10:40
가톨릭 교황 전통 복식
"피에 젖은 발이나 순교자의 피 의미"
전임, 후임 교황은 어두운 신발 선호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 추모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를 애도하는 세계인은 임기 중 행보를 가늠케 하는 하나의 상징으로 ‘빨간 구두’를 떠올리고 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멋쟁이’로 불렸다. 2007년 패션지 에스콰이어가 ‘베스트 드레서’ 중 한 명으로 선정한 일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종교 지도자로서는 이례적인 일인 만큼 더 이목을 끈 것이다.

특히 그의 신발은 늘 화제였다. 임기 내내 빨간색 구두를 즐겨 신었는데, 이 신발이 교황의 흰색 수단과 확연히 대비되며 눈길을 끈 것이다. 신발의 화제성 탓에 ‘명품 논란’에도 휩싸였는데, 한때 이탈리아 일부 인터넷 매체는 “교황이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구두를 신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논란은 교황이 바티칸에서 직접 이탈리아 구두 제작자들에게 신을 의뢰한다는 것이 드러나며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가 유독 빨간 구두로 기억된 것은 전임자나 후임자 모두 평범한 어두운 색 구두를 즐겨 신었기 때문이다.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나 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통적 교황 복식을 지키면서도 신발은 어두운 것을 선호했다.

하지만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남다른 취향 탓에 붉은색을 선호한 것은 아니었다. 과거 모든 교황은 역사적으로 실내에서도 빨간 신발을 신는 게 전통이었기 때문이다. 교황의 붉은색 신발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피에 젖은 발이나 가톨릭 순교자의 흘린 피를 뜻한다는 해석도 있다.

교계에서는 유독 보수적이었던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전통 복식 및 의례를 중시해, 이를 되살리려는 행보의 하나로 의상을 활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벨벳 망토(모제타)나 모자 또한 붉은색을 사용하곤 했는데 이 역시 후임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박한 의상을 선호하며 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멋쟁이’ 교황이 신발이나 모자를 하나의 멋이나 패션으로 여긴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그가 가톨릭 역사 600년 만에 처음으로 살아생전에 교황직을 내려놓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31일 바티칸 대변인 마테오 브루니는 성명을 통해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오전 9시 34분 바티칸의 '교회의 어머니(Mater Ecclesiae)' 수도원에서 선종했음을 애도의 마음으로 알린다"며 선종소식을 알렸다.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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