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폭풍'에 이은 '물 폭탄'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최악의 한파와 눈보라가 미국 동부를 덮쳐 최소 64명이 사망한 데 이어 이번엔 최악의 폭우가 서부 캘리포니아주(州)를 강타할 기세다. 지난해 여름 전례없는 산불과 폭염이 휩쓸고 간 캘리포니아주가 기후 재앙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3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에 따르면 미 국립기상청(NWS)은 폭풍우가 4일 캘리포니아만을 강타해 최악의 인명 피해를 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산사태와 도로 유실, 정전 등의 피해도 예상된다. 캘리포니아주 곳곳에 홍수 경보와 강풍 주의보가 발령됐고, 저지대 거주민에게는 대피령이 내려졌다.
캘리포니아주는 가혹한 물난리와 함께 새해를 맞게 됐다. 해안 도시인 샌프란시스코에는 지난달 31일 기록적 규모인 120.6㎜의 폭우가 내렸다. 1849년 강우량 관측을 시작한 이후 두 번째 많은 비다. 역대 최고는 1994년 11월 5일에 내린 140.7㎜였다.
샌프란시스코 전역의 고속도로가 무기한 폐쇄됐고 교통 마비는 더 극심해질 것이라고 샌프란시스코 스탠더드는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258가구가 정전된 것을 비롯해 캘리포니아 중·북부에서 2만 가구의 전기가 끊겼다.
이 와중에 더 강력한 폭풍우가 다가오고 있다. NWS는 "이번 폭풍우는 연말에 닥쳤던 것과 최소 비슷하거나 그 이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폭우는 기후 위기가 본격화하는 징후다. 직접적 원인은 '대기 중에 흐르는 강'이라는 뜻의 '대기천(Atmospheric river)'으로, 태평양 적도 부근에서 형성돼 미국에 접근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서부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만나 상승하며 급격히 응결되는 현상이다. 태풍처럼 등급을 매기는 자연재해인 대기천은 세계에서 4번째로 긴 미시시피강 25개 분량에 해당하는 수증기를 함유했다가 비 혹은 눈으로 지표면에 뿌린다.
과거엔 대기천이 별다른 피해를 일으키지 않았다. 1861~1862년 발생한 캘리포니아 대홍수를 제외하면, 겨울철 강우는 건조한 기후의 샌프란시스코 여름 가뭄을 해소하는 단비 역할을 했다. 지구 온도 상승으로 강수량이 폭증하면서 '폭우 재앙'이 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의 대니얼 스웨인 기후과학자는 "대기가 따뜻해지면서 습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더 오래, 많이 머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