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카시의 '굴욕'...공화당 20명 반란표로 '미국 서열 3위' 눈앞서 좌절

입력
2023.01.0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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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내홍으로 하원의장 당선 무산
공화 강경파 '프리덤 코커스'의 반대 때문
3차 투표까지 과반 확보 못해... 혼돈 속으로

제118대 미국 연방의회 임기가 시작된 3일(현지시간) 하원의장이 선출되지 못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하원의장 선출 재투표가 이뤄진 것은 1923년 이후 100년 만이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 강경파가 반란표를 던지면서 의장 후보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렸다.

공화 강경파 "매카시, 하원의장 어림없다"

미 하원은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하원의장 선출을 시도했다. 대통령, 부통령에 이어 미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에 지난해 11월 8일 중간선거에서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의 하원의장 후보 매카시 원내대표가 선출되는 게 수순이었다.

당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222석을 확보해 213석 확보에 그친 민주당을 눌렀다. 과반(218석)을 웃도는 상황이라 이탈표만 없다면 매카시 하원의장 탄생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공화당 내 보수 강경파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비토가 이어졌다. 결국 1차 투표에서 매카시 후보는 203표를 얻는 데 그쳤다. 공화당 의원 중 19명이 앤디 빅스 의원 등 다른 후보에게 투표했기 때문이다. 2차 투표에서도 매카시 후보의 득표 수는 변하지 않았고 3차 투표에선 1명이 더 이탈하기도 했다. 하원은 정회를 선포하고 4일 낮 12시 4차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공화당 강경파는 조 바이든 행정부 견제를 위한 다양한 의사규칙 변경을 요구했다. 매카시 후보는 하원의장 해임 결의안 제출 기준 완화, 하원 법사위 내 ‘연방정부의 정치적 무기화’ 조사 특별 소위 구성, 특정 사업 증액 시 다른 사업 감액 의무화 추진 등 요구안을 일부 수용했다.

그러나 강경파 의원들은 다시 요구 수준을 높였고 타협이 이뤄지지 않자 매카시 후보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다. 강경파는 “매카시 원내대표는 결코 하원의장이 될 수 없을 것”이라며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고, 매카시 후보는 “우리는 승리할 때까지 머물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내홍으로 하원의장 투표 133번까지 한 전례도

양측은 3일 오후부터 4일 오전까지 추가 협의를 이어갔지만, 공화당 내홍은 극에 달했다.

1923년엔 공화당이 당내 진보세력의 반란표 때문에 사흘 동안 9차례 투표를 거친 끝에 하원의장을 당선시켰다. 직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주류가 대거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당내 진보파의 입김이 세진 탓이었다. 반란파의 하원규칙 개정 요구가 관철되고 나서야 하원의장이 선출됐다.

1855년 남북전쟁 직전에는 2개월간 133번의 투표로 하원의장을 결정한 전례도 있다. 무려 21명의 후보가 하원의장에 도전했던 당시 의회는 노예해방 문제를 놓고 분열돼 있었다.

캘리포니아주(州) 출신인 매카시 원내대표는 2018년부터 공화당 하원의원들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서 애를 먹었고, 트럼프 충성파 의원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15년 1월 결성된 프리덤 코커스는 당시에도 매카시 원내대표의 의장 도전을 가로막은 악연이 있다. 매카시 원내대표가 민주당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프리덤 코커스는 공화당 우경화를 이끈 ‘티파티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민주당에 대한 비타협 노선, 작은 정부 지향 등을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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