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꼽은 2023년 가장 잘나갈 업종은? 제약·화장품 '맑음'

입력
2023.01.04 11:30
대한상의, 2254개 제조기업 대상 '2023 경제·경영 전망' 설문


국내 제조기업들이 올해 경기 둔화 속에서도 제약과 화장품 업종 등이 매출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정보기술(IT)·가전, 섬유, 정유 등은 한파가 닥친다고 봤다. 또 한국 경제 성장률을 주요 기관들 조사보다 낮은 수치인 1% 초반대로 예상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일 공개한 '기업이 바라본 2023년 경제·경영 전망'(전국 2,524개 제조업체 대상 지난달 설문)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들이 올해 매출 전망치를 바탕으로 예측한 업종별 기상도는 ①제약(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 2.7%)과 화장품(2.0%), 전기(1.9%)가 '맑음'을 나타냈다. 또 ②식품, 자동차, 조선 등도 1%미만의 매출 증가 전망이 나와 '약간 맑음'으로 분류됐다. 상의 측은 "제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가 이어질 수 있고, 화장품은 중국의 소비회복 기대감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며 "경제 위기 속에서 소폭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는 의미이지 보통 때 기준의 호실적이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본 경제성장률 전망치 1.16%, 기관 전망치보다 부정적



반면 조사 업종 14개 가운데 절반이 마이너스로 역성장한다고 바라봤다. 원자재 비중이 높고 글로벌 수요에 민감한 업종인 IT·가전(-2.3%), 섬유(-2.4%), 정유화학(-2.8%), 비금속(-2.9%) 등은 한파가 몰아칠 업종을 의미하는 '비'로 분류됐다.

지난달 삼정KPMG가 발표한 '국내 주요 산업 전망'보다도 부정적이다. 삼정 측은 업종을 더욱 세분화해 23개로 구분, 휴대폰, 자동차, 정유·화학, 제약·바이오, 유통, 화장품 등 12개 산업은 '일부 긍정', 반도체, 디스플레이, 철강, 조선·해운 등 9개 산업은 '일부 부정', 건설과 증권 산업은 '부정'으로 진단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실장은 "고물가와 고금리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내수 위축 우려가 커져 기업 현장에서 느끼는 경제 여건이 더 좋지 않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실제 기업들이 본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역시 평균 1.16%에 그쳤다. 이는 국내외 주요 기관인 경제협력개발기구(1.8%), 국제통화기금(2.0%), 기획재정부(1.6%), 한국은행(1.7%) 등과 비교해 낮은 수치다. 전망치는 1.0~1.5% 구간이 30.6%로 가장 많았고 1.5~2.0% 구간이 28.8%, 0.5~1.0% 구간은 15.4%였다. 마이너스로 전망한 기업도 8.8%나 됐다.

올해 매출과 수출 실적을 지난해와 비교한 가중 평균값도 각각 -1.0%, -1.3%에 그쳤다.

기업들이 이처럼 현재를 경기 위기로 진단하고 있어 올해 투자 규모도 쪼그라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으로 투자하겠다"는 기업은 53.5%였고, "작년보다 감소"가 33.9%였다. "투자를 늘린다"는 기업은 12.6%에 불과해 지난해 조사 때(41.6%)와 비교하면 1년 만에 29%포인트가 급감한 것이다.

기업들은 올해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리스크로 ①고물가·원자재가 지속(67.3%) ②내수경기 침체(38.2%) ③고금리 지속(29.2%) 등을 꼽았고, 정부가 집중해야 할 대책으로 경기 상황을 고려한 금리정책(47.2%), 환율 등 외환시장 안정(42.6%) 등을 거론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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