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연기가 가득하더니 앞이 보이지 않고 차가 갑자기 뜨거워져 '이러다 죽겠다' 싶어 무작정 달렸습니다.”
29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당시 현장 있다가 간신히 빠져나온 조모(59)씨는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조씨는 이날 화재로 머리와 손등에 화상을 입어 사고 직후 평촌한림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밤 늦게 퇴원했다.
조씨는 “형님과 일을 마치고 인천 집으로 가는데 터널 안쪽에서 뿌연 연기가 났는데 앞선 차량들이 그냥 들어가길래 따라 들어갔다”며 “하지만 이내 시커먼 연기로 가득했고, 폭발음이 들리더니 차가 갑자기 뜨거워졌다”고 말했다.
조 씨는 "'형님 내립시다'고 한 뒤 반대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며 "앞이 보이지 않아 깜빡이는 비상등만 보면서 무작정 달려 터널 밖으로 나왔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나와서 뒤돌아 보니 함께 뛴 형님이 보이지 않았다"고 안타까워 했다.
화재 현장에 있다 숨진 것으로 추정된 A씨 가족들이 이날 오후 9시 30분쯤 평촌 한림대병원을 찾아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A씨 가족들은 경찰로부터 시신의 상태와 차량 번호 등을 확인한 후 울음을 터트렸다. 딸과 함께 있던 A씨 부인은 "너희 아빠가 얼마나 뜨거웠을까”라며 “차가 뭐라고 차를 버리고 나와야지”라고 눈물을 흘렸다. A씨 딸도 “아빠가 오늘 일찍 퇴근한다고 했는데”라며 말 끝을 흐렸다. A씨 지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도 "좀 전에 A씨와 통화 중에 '연기를 마신거 같다'고 했는데 차에서 못 나온 것 같다"며 "차량 번호를 확인하기 전까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 49분쯤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 성남방향으로 달리던 폐기물 집게 트럭에서 화재가 발생해 5명이 사망하고 37명이 다쳤다. 불은 2시간여 만인 오후 4시 12분쯤 완전히 진화됐지만, 방음터널 830m 가운데 600m 구간이 타고 차량 45대가 소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