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결합(M&A) 신고 면제 대상을 확대해 심사 건수를 약 40% 줄인다. M&A로 경쟁 제한이 우려될 때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하는 시정 조치는 기업이 스스로 마련해 제시할 수 있도록 한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에서 밝힌 신속한 M&A 심사를 위한 후속 조치다.
공정위는 신고 면제 대상 확대와 경쟁제한적 M&A에 대한 기업의 자진시정방안 제출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기업결합 제도 개편을 추진한다고 29일 밝혔다. 6월부터 10월까지 5차례 열린 ‘기업결합 법제 개편 전문가 태스크포스(TF)’에서 의견이 모아진 단기 과제부터 시행에 나서기로 했다.
새롭게 M&A 신고의무가 면제되는 기업결합은 △계열회사 간 합병(피인수 회사 지분 50% 이상 직접 보유) △사모집합투자기구(PEF) 설립 △상대 회사 임원 총수의 3분의 1 미만을 겸임하는 경우다. 새로운 경쟁제한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세 유형이 신고 면제 대상이 되면 신고 건수가 약 40%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M&A 신고·심사 건수는 1,113건이었다.
기업이 자율적이고 신속하게 M&A를 추진할 수 있도록 자진시정방안 제출 방안도 도입한다. 기업 스스로 시정 방안을 제출하는 해당 제도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해외에서 시행 중이다. 현재는 경쟁제한성을 해소하기 위한 시정 조치를 공정위가 부과하는데, 경영 상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공정위가 이를 전담하다 보니 산업이 점차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적절한 시정 방안을 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공정위는 기업이 제출한 시정 방안이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이를 이행하는 조건으로 M&A를 승인할 방침이다. 다만 기업이 자진 시정 방안을 제출하지 않거나, 제출한 조치가 불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원래대로 공정위가 시정 조치를 부과할 수 있다.
공정위는 “기업의 M&A 신고 부담은 크게 줄고, 공정위는 심사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돼 기업결합 심사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공정위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마련해 내년 초 입법예고하고 상반기 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M&A 신고 시점을 사전 신고로 일원화, 경쟁제한 우려가 큰 사안에 대해선 2단계 절차로 심사하는 심사 단계화 도입 등은 중장기 과제로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