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인도·태평양 전략은 美日 따라하기...中과 충돌은 피했다

입력
2022.12.2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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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태전략'인데 유럽·중남미·아프리카까지 포함
백화점식 과제 나열에 '선택과 집중' 실패 지적도

정부가 28일 방대한 분량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개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 왔지만 집대성해 펴낸 것은 처음이다. 전략 명칭부터 미국과 일본의 선례를 따랐다. 그러나 정부는 ‘한국판’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처음 꺼냈고, 2017년 미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발전시키면서 ‘인태전략=중국 견제’로 인식돼 왔다. 한중관계를 감안하면 껄끄러운 이슈다.

정부는 가급적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썼다. 중국을 ‘인태 지역의 번영과 평화를 달성하는 데 있어 주요 협력 국가’로 규정했다. 동시에 “미국 주도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쿼드(Quad)와 협력하며 한중의 공동 이익을 추구한다”는 양립 불가능한 목표를 제시했다.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가 붙는 대목이다.

또한 인태전략의 대상 지역을 유럽과 아프리카, 중남미까지 포함한 전 세계로 넓혔다. 추진 과제는 백화점식으로 나열했다. ‘선택과 집중’에 실패해 외교 독트린이라기보다 업무보고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일은 잔뜩 경계한 中 향해 "협력국가" 포용


정부가 공개한 보고서(37쪽 분량)에는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놓고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중국을 “주요 협력 국가”로 못 박은 데 이어 “우리의 인태 비전은 특정 국가를 배제하지 않는 포용적 구상”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일본이 중국을 각각 ‘기존 규범에 대한 도전 세력이자 현상 변경 세력’,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으로 규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 인태전략의 3대 비전은 ‘자유·평화·번영’이다. ‘자유’가 들어가긴 했지만 중국 견제 성격의 ‘개방’을 빼면서 톤을 낮췄다는 평가다. 3대 협력 원칙으로 ‘포용, 신뢰, 호혜’를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특정 국가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규칙 기반 질서를 강화해 나간다’고 밝혔다. △미국 주도 나토·쿼드와 협력 확대 △중국과의 공동 이익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추구했다.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외교부 당국자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가능하고, 교집합이 없는 선택이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나토와 쿼드는 규범과 가치 기반의 질서를 구축하는 데 있어 누구나 동의하는 명제”라며 “중국과의 관계는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게 아닌 다 같이 아우르는 포용의 관점에서 봐 달라”고 설명했다.

文 신남방정책과 무엇이 다른가

정부는 ‘인태전략’이라 이름을 붙이면서 대상 지역은 한반도와 아시아를 넘어 유럽, 중남미,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도서국까지 사실상 전 세계를 포괄했다. 의욕은 좋지만 미국 같은 패권국에나 어울릴 법한 구상이다. 기후변화·에너지안보 협력 주도, 비확산·대테러 협력 강화 등 9개 중점 추진과제도 모든 글로벌 이슈를 망라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외교사적으로 봤을 때 포괄적 지역 전략을 공개 선포한 것은 처음”이라며 “한반도 중심에서 벗어난 첫 독자전략”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현 가능한 전략적 우선 순위가 제대로 설정돼 있는지 의아한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인태전략을 처음 공개했다. 전략의 초점이 아세안이라는 것이다. 앞서 아세안을 중시한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비교된다. 문 전 대통령이 2017년 11월 처음 제시한 신남방정책은 아세안 국가들과 협력 수준을 높여 국력을 미중일러 4강 수준으로 끌어올리고자 했다. 아울러 미중 패권 경쟁 속에 우리 정부의 균형외교를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됐다. 아세안 국가들이 북한과 외교관계가 긴밀한 만큼 북핵 대응 공조를 견인하는 효과도 노렸다.

외교부 당국자는 “과거 신남방정책이 아세안과 인도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인태 지역은 유럽과 인도양, 아프리카까지 전 세계를 아우른다”고 차별화를 강조했다. 다만 “아세안 중심성은 계속 유지된다”며 “아세안이 인태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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