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일몰을 향해 치닫고 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일몰에 대비해 합법적인 범위에서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대안도 고심 중이다. 일단 '소극적인 행정감독' 등에 무게가 실리지만 어떤 방법을 택하든 부작용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28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는 8시간 근로기준법 개정안(추가연장근로제)이 상정되지 않았다. 여야 의견이 갈리면서 전날 예정됐던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가 무산돼 당연한 수순이었다. 연내에 본회의를 다시 열지 않는 한 추가연장근로제는 오는 31일 효력을 다하게 된다.
추가연장근로제는 '주 52시간제'를 사업체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과정에서 나온 일종의 '완충제'다. 영세 사업장이 주 52시간제에 적응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30인 미만 사업장은 올해 말까지 법에서 허용하는 주 12시간 추가근로에 8시간을 더해 주 20시간까지 추가근로가 가능하도록 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상 기업 67.9%가 현재 추가연장근로제를 사용 중이며, 제도 일몰 시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곳이 75.5%다.
'2022년 12월 31일 일몰' 조건은 근로기준법 제53조와 부칙에 명시돼 법 개정이 없다면 내년 1월 1일부터 30인 미만 사업장에도 주 52시간제가 엄격하게 적용된다. 중소기업계는 "추가연장근로제가 사라지면 안 그래도 인력난으로 힘든 중소기업 대표 상당수가 범법자로 전락한다"면서 "최악의 경우 사업 존폐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며 법안 통과를 촉구해 왔다.
일몰이 코앞에 닥친 만큼 고용부는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대안도 검토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여야 합의만 되면 반나절 만에 법안이 통과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은 국회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일몰될 가능성도 있어 대안은 준비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달 15일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야당을 설득해 연내 법을 개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안 되더라도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호언한 바 있다.
이대로 법안이 일몰되면 고용부는 30인 미만 사업장을 위한 대체 입법을 준비할 예정이지만 여야 합의가 쉽지 않다는 건 변함이 없다. 따라서 당장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으로는 '소극적인 행정감독'이 유력하다. 처벌 계도기간을 정하거나 적극적인 단속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영세 사업장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금도 노동시간 관련해 감독규제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데, 행정적으로 중소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방식이 가장 쉬운 선택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노동자가 근로시간을 문제 삼아 직접 고용부에 감독을 요청하거나 사업장을 고발하면 처벌을 피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포괄임금제나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의 적용 범위를 넓히는 방법도 부분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선택지도 판례상 근로기준법을 위반할 수는 없어 주 52시간제라는 틀을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 계산이 어려운 사람한테 적용하게 돼 있는데,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은 보통 근무시간이 명확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두 경우 모두 평균적으로 주 52시간제를 맞추도록 하고 있어 근로자 입장에서는 임금이 줄어들고 안정성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