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패션 디자이너에서 예술가로 변신···마틴 마르지엘라의 국내 첫 전시

입력
2022.12.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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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마르지엘라, 국내 첫 개인전 열려

인조털을 뒤집어쓴 버스정류장, 신체 일부를 극단적으로 확대한 조형물, 얼굴을 가린 기괴한 느낌의 머리카락들···.

이달 24일부터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전시 중인 마틴 마르지엘라의 작품들이다.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를 창립한 패션 디자이너로 상업 미술의 최전선에 있었던 그는 2008년 패션계에서 돌연 은퇴했다가 지난해부터 시각예술 작품 전시회를 개최하며 예술 창작자로 돌아왔다. 설치, 조각 등 5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국내 처음 열리는 그의 개인전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욕망들이 넘실대는 패션장에서 물러난 그가 작품 속에서 은연중에 담고 있는 것은 '그게 정말 아름다운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류의 질문이다. 붉은 매니큐어를 칠한 손톱을 크게 확대한, 높이 197cm 높이의 '레드 네일스'에서도 작가의 그런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패션 디자이너였던 시절부터 머리카락으로 모델의 얼굴을 가려버리는 등 전위적 구상으로 유명했던 그는 이번 전시에서도 사물의 익숙한 모습을 해체하고 재배치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구혜진 롯데뮤지엄 디렉터는 "작가는 꼭 집어서 '이것이 문제야'라고 설명하지는 않는다"면서 "자신의 발상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이 스스로 전시에 참여해 생각하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작가가 천착한 소재인 털과 머리카락을 이용한 작품들도 여럿 만날 수 있다. 설치물 '헤어 포트레이츠(Hair Portraits)'는 1960, 1970년대 발행된 잡지들을 벽에 걸어두는데, 잡지 표지를 장식한 유명 인사들의 얼굴이 머리카락으로 가려져 있다. 기존 잡지 표지를 변형한 것이다. 반면 자연이나 우주적 이미지를 표지로 삼은 잡지들이 바닥에 쌓여 있다. 구 디렉터는 "유명 모델들을 우상화하는 것을 꼬집으면서 자연과 우주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환기시킨다"고 설명했다. 작가의 부친이 이발사였다는 점이 머리카락과 털에 대한 작가의 집착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도 있다.

올해 65세를 맞은 작가는 1980년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 예술학교를 졸업한 후 패션계에 투신해 1988년 그의 브랜드를 창립했다. 이듬해 파리의 버려진 운동장에서 1990년 봄여름 의류들을 공개했는데 당시에도 폐허와 같은 런웨이, 비틀거리는 모델들의 모습을 보여 패션계를 흔들었다. 작가는 2008년 브랜드 창립 20주년을 기념한 쇼를 마지막으로 패션계에서 은퇴하고 본격적으로 예술 활동을 시작했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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