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택시기사가 옷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경기 파주의 주택은 피의자인 30대 남성의 전 여자친구 소유로 확인됐다. 하지만 해당 여성과 연락이 닿지 않아, 경찰은 범죄 연루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소재 파악에 나섰다.
27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에 따르면, 60대 택시기사를 살해하고 옷장에 시신을 유기한 A씨의 파주 아파트는 전 여자친구 B씨의 소유로 파악됐다. 경찰은 사건 수사를 위해 B씨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이날 오전까지 닿지 않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가 지방출장을 가서 그 집에서 살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에 대한 실종신고가 접수되진 않았으나, 경찰은 정확한 소재를 파악 중이다.
경찰은 A씨가 택시기사를 살해한 뒤 피해자 신용카드로 명품가방을 구입해 현 여자친구에게 선물한 사실도 확인했다. 대출까지 받는 등 피해자 카드로 7,000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애초부터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25일 택시기사인 피해자 딸의 실종신고와 A씨 여자친구의 시신 발견 신고로 실체가 드러났다. 경찰은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에 나서 일산서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손목 치료를 받고 있던 A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20일 오후 11시쯤 고양시의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 중 피해자의 택시와 접촉사고가 난 뒤 "경찰을 부르지 않으면 합의금과 수리비 등을 충분히 주겠다고 제안해 파주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면서 "합의금 문제로 다투다가 둔기로 살해한 후 옷장에 시신을 숨겼다"고 진술했다.
범행 은폐 정황도 확인됐다. A씨는 피해자 휴대폰으로 온 피해자 딸의 메시지에 "바쁘다. 배터리가 없다"고 피해자인 척했고, 사건이 벌어진 아파트 주차장에 있던 피해자 택시를 1㎞ 떨어진 인근 공터로 이동시켜 놓았다.
경찰은 전날 살인 및 사체 은닉 혐의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28일 열린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차량과 피해자 택시 블랙박스, A씨 휴대폰 등에 대한 포렌식 분석도 진행 중"이라며 "다른 범죄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