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학의 2023학년도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 직후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이과생 2명 중 1명이 인문계 학과 교차지원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이과 통합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처음 치러진 지난해보다 관심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입시업계는 문·이과 모두 교차지원 확대에 따른 정시 지원 전략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종로학원은 각 대학이 수시모집 합격자를 발표한 직후 이과생 9,8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차지원 관심도 조사에서 53.8%가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해 1만2,8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44.8%가 관심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9%포인트 증가했다.
수능 직후 실시한 조사에선 지난해 교차지원 관심도가 26.8%로 올해 23.2%보다 높았다. 하지만 수능 결과 발표 후 조사에선 지난해 37.4%, 올해 46.6%로 역전됐고, 수시 합격자 발표 후엔 지난해 44.8%, 올해 53.8%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올해 수능에서 이과생들이 국어와 수학 모두 강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되자, 이과생들이 자연계열 상위권 학과의 치열한 경쟁을 피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인문계열 학과까지 시야를 넓히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첫 통합수능 시행 이후 이른바 '이과생의 문과침공'으로 불리는 교차지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으나, 대학들이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이 교차지원 관심도를 높인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과생이 인문계열에 지원할 경우 불이익을 주는 장치를 마련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왔지만,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작년과 별 차이가 없었다"며 "이는 '원하면 넘어오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의 경우 지난해 교차지원 수험생에게 전 구간에서 2, 3점 정도 감점시키는 불이익을 줬으나, 올해는 오히려 이익을 주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사실상 상위권 대학 모두가 수학 경쟁력이 있는 이과생에게 유리한 구도인 셈이다.
한편 정시모집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권 대학의 수시 탈락자 수가 작년보다 약 4,000명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서울권 대학의 경우 인문·자연계열 모두 교차지원 확대가 매우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문과생의 경우 수학 가중치가 높아진 학과, 지난해 입시결과 수학 점수가 상승한 학과는 교차지원이 많은 곳이므로 경계할 필요가 있으며, 이과생은 수학 점수가 하락한 대학은 교차지원으로 공백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소신지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