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각종 악재가 동시다발로 일어나고 있다. ①테슬라가 자랑하는 '완전자율주행'(FSD) 기능 오류로 추정되는 사고로 정부 조사를 받게 됐고, ②주가는 2년 만에 최저 가격까지 떨어졌다. 게다가 ③경기 악화로 전기차 수요까지 급감하면서 1,000만 원가량의 차값 할인 카드까지 내놓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당분간 주식도 팔지 않고 경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모습이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 고급 전기 세단 '모델S'는 지난달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80번 고속도로에서 급제동해 차량 8대가 추돌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이 사고로 각 차량의 탑승자 9명이 부상했다.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에 따르면, 모델S 사고 차량은 시속 55마일(89㎞)로 달리다가 왼쪽 끝 차로로 이동한 뒤 시속 20마일(32㎞)로 속도를 갑자기 줄였다. 당시 모델S 운전자는 "FSD 기능을 켠 상태에서 주행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사고가 났다"고 진술했다. 경찰 당국은 FSD 소프트웨어(SW) 오류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사고는 테슬라가 FSD 기능을 '확대 보급'한 당일에 발생, 더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원래 테슬라는 운전 안전 점수가 높은 일부 차주로만 한정해 FSD 사용을 허용했다. 하지만 머스크 CEO는 사고 당일부터 FSD SW를 구입한 북미 지역 모든 차주가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게 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도 이번 사고와 관련해 특별 조사에 들어갔다. 앞서 NHTSA는 2016년부터 테슬라의 주행 보조 기능인 '오토파일럿'과 FSD가 연관된 각종 교통사고 41건을 조사했고, 6월에는 오토파일럿 탑재 테슬라 차량 83만 대에 대한 안전 결함 조사 수위를 '엔지니어링 분석' 단계로 올려 리콜 가능성을 높였다.
테슬라 악재는 주식시장에서도 발생했다. 22일(현지시간) 테슬라 주가는 미국 뉴욕증시에서 전장 대비 8.88% 떨어진 125.35달러로 마감, 2020년 9월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종가(194.7달러)와 비교하면 이달 들어서만 35.6% 하락한 상태로, 월간 기준 사상 최악의 성적을 받아들 가능성이 나온다.
테슬라는 이달 들어 사흘을 제외하면 모두 하락했으며, 특히 최근 5거래일 연속으로 주가가 흘러내렸다. 지난해 말 종가(352.26달러)와 비교하면 64.42% 추락한 상태다.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머스크 CEO의 대규모 자사 주식 매각이다. 머스크 CEO는 트위터 인수를 위해 154억 달러(약 20조 원)어치 테슬라 주식을 팔았고, 인수한 이후에도 11월 39억5,000만 달러(약 5조 원), 12월 35억8,000만 달러(약 4조6,000억 원) 규모를 추가로 팔았다. 머스크 CEO는 이날 "2년 동안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신뢰를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실적도 걱정거리다. 경기 악화에 따른 전기차 수요 둔화는 콧대 높던 테슬라의 차량 가격을 끌어내렸다. 테슬라는 올해 반도체 수급난을 이유로 차값을 지난해 대비 30% 인상했다. 하지만 22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테슬라 모델3와 모델Y에 대해 7,500달러(약 1,000만 원) 할인을 시작했다. 이는 이달 초 발표한 3,750달러(약 500만 원) 할인에서 두 배 늘어난 것이다.
최영석 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부 교수는 "사고 조사, 전기차 수요 급감으로 발생할 공급망 이슈, 주가 방어 등을 머스크 CEO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더 큰 위기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