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손태승 저격하는 당국... "조용병 용퇴 존경스럽다"

입력
2022.12.2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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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조 회장 언급하며 '우리' 손 회장 압박
"손 회장 중징계는 금융위원 만장일치 결정"
"'관치 논란'에 개입하면 그것이 관치 아닌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 불완전 판매 책임을 물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내린 중징계 처분에 대해 "만장일치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잇따라 연임을 고심 중인 손 회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이 원장은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사전지정운용제도 현장 안착을 위한 퇴직연금사업자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금융위원회에서 여러 번 심도 있는 논의 끝에 만장일치로 결정난 징계"라며 "개인(손 회장)의 쟁송 가능성과 별개로 금융당국의 최종 입장"이라고 못 박았다. 손 회장이 향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더라도, 당국이 봤을 때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손 회장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봤다는 얘기다. 전날 김주현 금융위원장 역시 징계 처분에 대해 "당국이 명확한 판정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는 3년간 업계 취업이 제한된다는 점을 금융당국 수장들이 잇달아 상기시킨 셈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이 원장이 돌연 최근 3연임 도전에서 물러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거론했다는 점이다. 이 원장은 "(조 회장이) 3연임을 할 수 있다 생각했지만 거꾸로 발표하면서 후배들한테 기회를 주시는 걸 보면 개인적으로 존경스럽다"고 치켜세웠다. 이 원장은 이어 조 회장이 용퇴 사유로 밝힌 '라임사태 책임론'을 언급하며 "건강한 견제와 균형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임 사태로 물러난 조 회장을 '극찬'하면서 비슷한 입장인 손 회장의 거취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민간 금융회사 CEO 선임에 개입하고 있다는 '관치 논란'도 반박했다. 이 원장은 NH농협금융 회장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선출된 것에 대해 "농협은 대주주가 있는 기관이고 대주주가 결정한 걸로 이해하고 있다"며 "오히려 '관치 논란이 있을 수 있으니 그렇게 하지 말라'고 의견을 전달했다면 이게 오히려 관치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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