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혹한과 거센 눈보라를 동반하는 겨울철 이상기후 현상인 ‘폭탄 사이클론(bomb cyclone)이 미국을 덮칠 것으로 20일(현지시간) 예보됐다. 기후 온난화로 가뭄과 폭설 같은 극단적 기후현상이 매년 반복되고 악화한다는 분석이다. 미국 내 항공편이 무더기 결항되고 일부 지역에선 최악의 한파가 몰아치는 등 피해가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미 국립기상청(NWS)은 폭탄 사이클론이 22일부터 23일까지 미 중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이날 예보했다.
NWS 관계자는 NYT에 “최대 시속 약 100㎞의 돌풍과 함께 미국 북부 지역에선 체감온도가 영하 40도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이런 추위는 단 10분 만에 피부에 동상을 일으킬 정도로 위협적”이라고 전했다.
미국 북부지역에선 이날 이미 강추위가 시작됐다. 미국 북부에 위치한 노스다코타주의 일부 도시에선 이날 기온이 영하 22도를 기록했다. 이맘때 평균기온(영하 9도)을 크게 밑돈다. 노스다코타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비타 토마스는 “건물 밖으로 나가면 추위가 뺨을 때리는 것 같다”며 “추위에 익숙한 이곳 주민들에게도 이런 날씨는 정말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폭탄 사이클론이 영향을 미치는 22, 23일 미 중서부 지역의 기온은 평년 대비 최소 16도에서 최대 27도까지 낮을 것이라고 NWS는 전했다. 여기에 강력한 바람과 눈보라까지 몰아쳐 인체가 느끼는 체감온도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NWS에 따르면 23일 기준 체감온도는 △북부 사우스다코타주 영하 42도 △중서부 미주리주 영하 35도 △중남부 테네시주 영하 25도 등이다. NWS 측은 “노스다코타주는 체감온도가 영하 45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텍사스주와 아칸소주 등은 1989년 역대 최고 한파가 몰아친 이후 가장 추운 크리스마스를 맞을 것”이라고 전했다.
폭탄 사이클론은 북극의 차가운 기류와 대서양의 습한 공기가 만나 만들어지는 겨울철 이상기후 현상이다. 북극 한기를 가뒀던 제트기류가 지구 온난화로 약해지면서 찬 공기가 남하하고, 이후 대서양의 습한 공기와 만나면서 폭탄처럼 폭발적으로 소용돌이치는 저기압 폭풍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로 인해 최악의 한파와 폭설, 돌풍이 발생하게 되는 원리다. 기상 학계에서 쓰는 폭탄 사이클론의 정식 명칭은 '봄보제네시스(Bombogenesis·폭탄 발생)'다. 앞서 미국에선 2019년 3월에도 폭탄 사이클론이 발생해 일부 주들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폭탄 사이클론이 무서운 점은 단시간 내에 기온이 급강하한다는 점이다. NWS 기상예측센터의 알렉스 라머스 기후 전문가는 “폭탄 사이클론은 차가운 냉동 덩어리”라며 “사이클론이 닿는 지역은 단 몇 시간 만에 수십 도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갑자기 추위와 맞닥뜨리게 되면 동상과 저체온증 등이 발생해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특히 강력한 눈보라에 일부 지역에선 가시거리가 '0m'인 '화이트 아웃(whiteout)’ 현상도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NWS는 “자동차나 항공기 등을 통한 이동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강한 바람은 대규모 정전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항공업계에선 비상이 걸렸다. 25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여행을 떠나는 이들로 22, 23일 이틀 동안 미 전역에선 약 10만 편의 항공편이 예약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폭탄 사이클론의 영향으로 항공편 결항이나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주요 교통허브인 시카고 공항과 디트로이트 공항이 폭탄 사이클론에 피해를 입을 경우 항공기 5,000편의 운항이 멈춰 설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미 항공사들은 항공권 일정 무료 변경이나 취소, 환불 등의 대책을 발표하고 나섰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대형 항공사 유나이티드항공을 비롯해, △아메리칸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제트블루△델타항공△알래스카항공△스피릿항공 등은 이달 17, 18일 이전에 예매한 21~25일 운행 항공편이 눈폭풍으로 결항될 경우 전액 또는 반액을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아메리칸항공 측은 “폭탄 사이클론을 계속 모니터링하는 중”이라며 “고객과 직원들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