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분에 1명씩 사망’ 펜타닐… “미국인 전부 죽이고도 남을 양” 압수

입력
2022.12.21 09:56
펜타닐 18∼49세 미국인 사망 원인 1위
헤로인보다 최대 100배 중독성 강해

‘최대 마약 소비국’ 미국에서 7분마다 1명씩 사망에 이르게 하는 ‘죽음의 마약’ 펜타닐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올해 미국 정부가 “미국인 전부가 복용하고도 남을 정도”로 많은 펜타닐을 압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마약단속국(DEA)은 “올해 펜타닐 알약 5,060만 정과 펜타닐 가루 1만lb(파운드) 등 3억7,900만 회분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앤 밀그램 국장은 “미국 인구(3억3,200만 명) 전체를 죽일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DEA는 펜타닐을 “미국이 직면한 가장 치명적인 마약”으로 규정했다. 주로 말기 암 환자에게 투약하는 마약성 진통제로, 헤로인보다 100배 이상 중독성이 강하다. 연필의 뾰족한 끝부분에 올릴 수 있는 양인 2mg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작은 알약 형태라 운반도 쉽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불법 펜타닐 복용은 이제 18∼49세 미국인 사망 원인 1위다. 지난해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사망이 처음으로 10만 명(10만7,622명)을 넘어섰는데, 그 가운데 3분의 2가 펜타닐이 원인이었다. 펜타닐로 사망한 미국인은 2019년 대비 94%나 증가해 교통사고나 총기 폭력, 자살로 인한 사망보다 많았다.

DEA는 멕시코의 마약 범죄 조직인 시날로아와 CJNG 카르텔이 미국에 유통되는 펜타닐의 주요 공급자라고 판단해 이들 조직 소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들 두 조직은 멕시코 내 비밀 공장에서 중국으로부터 조달한 화학약품을 이용해 펜타닐을 대량 생산해 밀거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식 처방을 받은 약품과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는 펜타닐을 함유한 알약을 만들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유통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DEA 실험 결과 이 같은 위조 알약 10개 중 6개가 치사량에 해당하는 펜타닐을 함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WP는 “멕시코와 남부 국경을 통해 건너오는 불법 펜타닐을 단속하고 있지만 전체 유통량의 5∼10%만 차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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