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안보전략 전환에 엇갈린 미중… “역사적 조치” vs “군비 확장 핑계”

입력
2022.12.1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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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국을 최대 안보 위협으로 명시

일본 정부가 적국 미사일 기지 등을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을 보유하기로 한 것에 대해 미국은 “역사적 조치”라며 환영했고 중국은 “결연히 반대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백악관은 16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일본이 새로운 국가 안보 전략, 국방 전략, 방위 증강 프로그램을 채택한 것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 태평양을 강화하고 방어하기 이한 대담하고 역사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파트너 및 동맹국들 간 폭넓고 강력한 커뮤니티를 형성하려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일본 국민의 비전을 제시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방위비 투자를 크게 늘리겠다는 일본 정부의 목표에 따라 미일 동맹 또한 강화되고 현대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번 조치로 “기시다 총리가 보여 온 국제 평화와 핵 비확산 의지가 한층 명확해졌다”며 “2023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이 되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주최하는 일본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잔혹한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등 세계에 보여준 기시다 총리와 일본의 리더십에 감사한다”며 “우리는 파트너들이 지속적인 평화, 안정, 번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역사적인 새 국가안보 전략을 축하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일본 정부는 임시 각의(閣議·국무회의)를 열어 국가 안보 정책 지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국가안보전략)’과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 등 이른바 ‘안보 3문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북한과 중국 등 주변국의 미사일 기지를 직접 타격하는 ‘반격 능력’ 보유와 현재 방위비를 5년 이내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증액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주변국 정세에 대한 기술에선 북한보다 중국을 앞에 내세웠고, 중국을 겨냥한 표현도 “국제 사회 우려”에서 “지금까지 없던 최대 전략적 도전”으로 바꿨다. 중국을 일본이 당면한 최대 안보 위협이라고 적시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외교 채널을 통해 일본 측에 엄정한 입장을 표명해 왔다”며 일본 안보 문서 개정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의 위협을 과장해 자신들의 군비 확장 핑계를 찾는 시도는 성공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왕 대변인은 “중일은 서로 가까운 이웃이자 공히 지역의 중요한 국가”라며 “중일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발전시키는 것은 양국과 양국 인민의 근본 이익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일본이 중일 4대 정치 문서(수교 공동성명 등)의 각 원칙을 준수하고, 서로 협력 파트너가 되고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정치적 공동 인식을 정책으로 체현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한편, 아시아 인접국의 안보 우려를 존중하고 군사·안보 영역에서 언행을 신중히 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도 사설에서 “일본의 새 안보 전략에 명기되는 ‘반격 능력’은 사실상 일본 자위대의 대외 공격 능력을 발전시키겠다는 뜻”이라며 “한때 길을 잃고 아태지역에 심각한 재난을 초래했던 일본으로서는 다시 잘못된 길로 들어섬으로써 초래될 결과를 결코 감당할 수 없겠으나 이제 한 발 접어들었다”고 비판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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