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더불어민주당의 '의장 중재안' 수용으로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넘기고도 2주 가까이 평행선만 달리던 예산안 협상은 일단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간 모양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중재안에 대해 '수용 보류' 입장을 밝히면서 최종 타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진표 의장은 이날 오전 양당 원내대표를 만나 ‘법인세 최고세율 3%포인트 인하’ 정부안에 대한 중재안으로 ‘세율 1%포인트 인하’를 제시했다. 김 의장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투자처를 찾고 있는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가속화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법인세 인하 반대 입장인 민주당을 설득했다. 국민의힘에는 “지방정부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첨단 외국기업 유치를 위한 조례 개정 등을 통해 추가적 경감 조치를 별도로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지자체의 협조로 법인세 3%포인트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행정안전부 경찰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등 ‘시행령 통치’ 관련 예산은 민주당의 삭감 주장을 반영하되, 예비비로 지출할 수 있도록 부대의견을 담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국가경찰위원회가 경찰국 신설을 담은 경찰 지휘규칙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등 위법성을 다투고 있는 문제인 만큼 정식으로 예산 편성은 하지 않지만, 우선은 조직이 굴러갈 수 있게 퇴로를 열어준 것이다.
민주당이 중재안을 전격 수용한 것은 글로벌 복합경제위기의 파도를 넘기 위해선 예산안 처리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시간을 더 끌었다간 '국정 발목 잡기' 프레임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예산안 처리 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예정돼 있는 만큼 협상을 마냥 끌 수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 45일의 국정조사 기간(11월 24일~2023년 1월 7일) 중 이미 절반이 지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는 “내일(16일)이 벌써 이태원 참사 49재가 되는 날인데,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유족의 절규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과 유족들은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 이제 국정조사에 착수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민주당이 '감액 수정안'을 관철할 경우 국회에서 증액하려던 지역화폐, 공공임대주택 등 ‘이재명표 예산’과 각종 지역사업 예산이 다 사라진다는 점도 부담이 됐다.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지역사업 예산을 다시 살리기는 쉽지 않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역화폐나 어르신 공공 일자리 예산 등 중요한 예산이 많다”며 “예산안 처리가 시급하니 (의장 중재안을) 대승적으로 수용하고 최대한 협상하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중재안에 대해 '수용 보류'를 결정하면서 예산안 처리는 다시 미뤄지는 분위기다. 앞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민의힘은 법인세를 1%포인트라도 반드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혀온 만큼 협상 타결을 점치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의원총회에서 중재안 외에도 협의해야 할 쟁점이 6~7개 더 남았다면서 수용 보류를 결정하면서 타결 직전에 급제동이 걸렸다. 특히 협상 전면에 나선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와 달리 용산 대통령실은 법인세 1%포인트 삭감 정도로는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중재안에 대해 매우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총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약간의 의견 접근이 있었지만 미흡한 부분이 있다. 전체를 한꺼번에 타결해야 한다"며 "최대한 협상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