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역대 최대 하락하면서 내년 3월 발표되는 공동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 공시가격은 더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세가 오른 단독주택, 토지와 달리 아파트는 시세마저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파트 소유자의 보유세 부담도 확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부동산 업계는 내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0% 넘게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시가격은 한국부동산원이 산정한 시세에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을 곱해 산출된다.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포함한 각종 세금과 복지 수급 자격을 따지는 기준이 된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누적 변동률은 -2.83%다. 반면 단독주택 매매가격은 같은 기간 1.86% 상승했다. 토지 가격 또한 2.77% 올랐다. 시세가 오른 단독주택과 토지의 공시가격이 각각 -5.92%, -5.95%로 역대 가장 크게 떨어진 만큼 가격이 떨어진 아파트 공시가는 더 큰 하락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가 17%까지 상승하면서 전년 대비 하락폭은 가팔라질 예정이다.
정부가 지난달 23일 내놓은 보유세 완화안까지 적용하면 아파트 공시가격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공시가격 산정시 적용하는 현실화율(시세반영율)을 71.5%에서 69%까지 낮춰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현실화율 하향 효과만으로 단독주택과 토지는 각각 7.5%, 8.4%, 공동주택은 3.5%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 비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까지 낮아지면 보유세는 크게 줄어들 예정이다. 고가 아파트일수록 공시가격 하락폭이 커 그만큼 세금이 줄어드는 체감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일보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에게 보유세 시뮬레이션을 의뢰한 결과, 아파트의 경우 서울 성동구 A단지(전용면적 84㎡)는 올해 공시가격이 12억7,200만 원(시세 15억4,000만 원)으로 보유세는 350만 원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정부가 낮춘 공시가 현실화율(69%)을 적용하면 공시가는 10억6,500만 원으로 올해 대비 16% 낮아진다. 이때 보유세는 244만 원까지 줄어든다.
이날 표준 공시가격이 공개된 단독주택의 경우, 전국에서 가장 비싼 서울 한남동 단독주택(이명희 신세계 회장 보유)의 내년 보유세는 4억8,089만 원으로 올해(5억5,310만 원)보다 7,200만 원가량 줄어든다. 공시가 예정액은 280억3,000만 원에서 올해 311억 원보다 30억 원 정도 줄었다. 1주택자 기준 세액공제가 없을 때를 가정해 현재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45%)로 모의 계산한 결과다.
정부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3월 발표 때까지 신중하게 보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동주택은 급급매 위주의 실거래지수가 역대 최저인데 이를 시세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이 별도로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