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연매살'] 화려한 엔터 산업 속 사람 냄새

입력
2022.12.16 08:41
지난 13일 종영한 tvN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국내 감성에 맞게 각색, 몰입도 높인 비결

극의 주요 배경인 메쏘드엔터테인먼트는 굉장히 상징적인 이름이다. 배우의 '메소드' 연기를 위해서 발로 뛰는 이들로 꾸려진 회사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가상과 현실 가운데서 실제로 있을 법한, 또 있었던 이야기를 담으면서 시청자들의 몰입감이 높아졌다. 여기에는 원작인 프랑스 드라마를 적절히 각색한 작가의 공이 크다.

지난 13일 tvN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이하 '연매살') 최종회가 전파를 탔다. 작품은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들과 일하는 프로 매니저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최종회 시청률은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 평균 3.6%, 최고 4.6%를 기록,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날 방송에서는 김아중과 천제인(곽선영)이 무례한 재벌2세에게 갑질을 당했다. 할리우드 진출의 기반이 될 유명 드레스를 받으려면 김아중이 재벌2세의 생일파티에 가야했다. 김아중은 신주경이 천제인을 두고 "연예인 옆에서 기생하는 주제"라고 비하하자 분노를 참지 않았고 결국 새로운 드레스를 찾아야 했다. 위기 속에서 소현주(주현영)의 고군분투로 김아중은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다.

천제인은 마냥 어리게 봤던 소현주를 인정하면서 자신과 함께 미국 에이전시로 떠나자고 제안했다. 이때 구해준(허성태)는 이를 인수할 계획을 짰다. 여기에 구해준은 마태오(이서진)을 미국 지사 대표로 앉히려고 했다. 송은하(정혜영)은 마태오를 용서하겠다고 화해의 뜻을 밝혔지만 방송 말미 마태오의 메신저를 보고 표정을 굳혔다. 천제인은 호텔로 돌아가 임신 테스트기를 했고 결과를 감춘 채 긴 한숨을 내뱉었다. 자연스럽게 메쏘드엔터테인먼트가 다음 시즌으로 시청자들을 만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였다.

'연매살' 빛낸 17명의 스타들 (feat. 리메이크)

극중 연예인을 연기하는 연예인들의 모습은 그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여기에 '연매살'은 새로운 변주를 뒀다. 스스로를 연기하는 것이다. 대중이 알고 있는 스타의 이미지와 성격을 떠올리게 하는 에피소드들이 작품의 가장 큰 무기다. 제작진은 가명이나 가상의 인물을 구상하지 않고 스타들의 실제 모습을 적극 활용했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배우와 실제 매니저, 관계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이들이 갖고 있는 애환으로 '사람' 이야기를 완성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롤에 빠진 김수미와 서효림, 또 연극 출신 라이벌인 이희준과 진선규, 육아 문제로 복귀를 늦춰야 했던 수현이나 성형 시술을 종용 받는 조여정 등 인간적인 고민을 꺼내놓는 스타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고 오히려 친숙함을 이끌어냈다. 특히 매니저들이 이를 위해 같이 고민하고 또 성장하는 모습은 진한 감동을 남겼다.

전체적으로 '연매살'은 원작인 프랑스 드라마와 달리 조금 더 경쾌하고 코미디스러운 분위기를 갖고 있다. 국내 대중의 기호에 맞게 리드미컬하고 스피디한 전개도 눈길을 끈다.

매니지먼트의 이면 조명

과거 스타의 매니저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인 수요로 이어졌을 때가 있었다. 예능 '전지적 참견시점'이 전성기를 맞이했을 당시다. 코미디언부터 배우까지 다양한 스타들이 예능에 나와 매니저의 고충을 위로하고 또 이해했다. 홀로 빛날 수 없는 스타와 자신을 낮춰 스타를 빛나게 만드는 이들의 모습을 두고 시청자들은 응원의 목소리를 전했다. 다만 엔터 업계에서는 '전지적 참견시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다. 지나치게 미화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기자가 만난 다양한 매니지먼트 종사자들은 '전지적 참견시점'이 업계의 긍정적인 면모만 비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예능의 테두리 안에 있지만 항상 즐거울 수 없는 직종이라는 의견이다.

'연매살'은 '전지적 참견시점'보다 더 확장된 시야로 이 업계를 조명했다. 말실수가 일상인 막내 매니저부터 새로운 배우 영입을 위해 발로 뛰는 팀장 매니저 등 메쏘드엔터테인먼트에 희로애락을 녹여냈다. 배우들의 싱크로율도 꽤 높다. 주현영 곽선영 이서진 등 주연들 모두 전작의 흥행 이후 차기작 선택에 깊은 고심을 거쳤을 터다. 특히 주현영은 지금의 주현영을 있게 만든 캐릭터성을 잠시 내려두고 자신의 개성을 감추면서 인물을 소화했다.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인물이 아닌 인물의 성장에 집중할 수 있었다.

우다빈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