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천사들의 작지만 소중한 나눔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자신을 숨긴 채 이웃을 돌보는 선행이 기부의 참 의미를 일깨우며 얼어붙은 주위를 녹이고 있다.
충북 단양군은 최근 익명의 기부자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매포읍 행정복지센터에 쌀 500kg을 전달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기부자의 선행은 2018년 쌀 200㎏을 처음 기탁한 것을 시작으로, 이번이 일곱 번째다. 그동안 그가 기부한 물품을 모두 합치면 쌀 2,200㎏과 라면 60상자나 된다. 그는 코로나19 때 단양형 긴급재난지원금으로 받은 상품권까지 몽땅 기부했다.
매포읍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기부자가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단양에 거주하는 60대 남자라는 정도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단양군 가곡면에는 익명의 독지가가 10년이 넘도록 연탄 기부를 하고 있다. 이 사람은 이달 초 가곡면 행정복지센터에 연탄 1,000장을 트럭에 실어 보냈다. 그는 “어렵고 힘든 분들이 따뜻한 겨울을 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만 남긴 채 서둘러 돌아갔다. 그가 지금까지 가곡면에 전달한 연탄은 1만 장이 넘는다.
가곡면 행정복지센터 측은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기부천사”라며 “자신이 누구인지 절대로 알려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2일 청주시청 복지정책과에는 90대 남성이 종이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이 가방에는 5만 원권으로 총 1억 원이 담겨 있었다. 평범한 옷차림의 이 노인은 “중증장애인과 선천적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볼 때면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들에게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기부 의사를 전했다.
이 노인은 나이만 밝혔을 뿐, 이름과 사는 곳 등을 말하지 않고 사라졌다. 기부금 영수증도 필요 없다고 했다. 담당 공무원은 그와 함께 은행을 방문해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1억 원을 입금했다.
영동군에서는 ‘풀빵 아줌마’로 알려진 이문희(60)씨가 기부를 이어갔다. 그는 지난 6일 양강면사무소를 찾아 불우이웃을 도와달라며 50만 원을 기탁했다.
양강면에서 벼와 자두 농사를 짓는 그는 자녀 학비를 벌기 위해 1990년대 말부터 영동읍 중앙시장에서 풀빵 장사를 시작했다.
넉넉한 벌이는 아니었지만 단골손님이 늘자 그는 어렵게 사는 이웃을 먼저 생각했다. 처음에는 쌀과 양말 등 생필품을 사서 불우이웃에 나눠 주거나 홀몸 노인의 집을 찾아가 김치를 담가주곤 했다. 그러다 2002년부터 풀빵을 판 동전을 돼지저금통에 차곡차곡 모아 양강면에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기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