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직원과 지인들에게 승진과 채용을 약속하면서 3억 원 넘는 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공공기관 전임 간부가 수사를 받게 됐다. 이 기관은 회사 익명 게시판 등에서 문제가 불거지자 자체 조사를 했지만, 단순히 돈을 빌린 것으로 보고 면직처리만 했다.
감사원은 6일 외교부 산하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의 전 상임이사 A씨에 대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요청했다고 밝혔다.
A씨는 부산 YMCA 사무총장 등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다가 2018년 2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코이카 상임이사로 일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A씨는 인사위원장을 겸직하면서 이사장을 대신해 인사와 계약의 전권을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 등 22명으로부터 3억8,500여만 원을 받아 챙겼다. 감사원은 이 가운데 15명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로 수사 요청했다.
감사원은 A씨가 손혁상 현 코이카 이사장의 임명 과정에도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손 이사장은 경희대 교수였던 2020년 4월 자녀 학비 명목으로 송씨에게 1,000만원을 줬는데 같은해 12월 이사장직에 선임됐다. A씨는 자신과 친분이 있는 5명을 임원추천위원회의 외부 심사위원으로 추천했고, 이들이 서류와 면접심사에서 손 이사장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방식으로 채용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아울러 A씨의 대학선배이자 시민단체 동료였던 B씨는 A씨에게 6,400만 원을 주고 코이카 자회사의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감사원은 A씨가 내부 승진자를 정하는 과정에서도 뒷돈을 받아챙겼다고 밝혔다. 2018년 11월에는 승진후보자 명단에도 들지 못한 C실장으로부터 2,500만 원을 받고 근무평가 점수를 조작해 3급으로 승진시켰다. 또 직원 6명으로부터 총 8,700만 원을 받고 선호하는 해외사무소로 발령날 수 있도록 했다.
외부업체와 사업을 진행할 때도 돈을 받고 편의를 봐줬다. A씨는 한 기업 대표가 "우리가 하는 공정무역과 코이카의 개발협력사업을 연계해보자"고 제안하자 업무 담당자에게 신규사업 추진 정보를 업체에 공유해줄 것을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2,820만 원의 뒷돈을 받았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감사원은 코이카가 A씨 관련 논란을 자체 조사하고도 정당한 조치 없이 의원면직 처리로 종결했다는 제보를 받고 올해 3월부터 실지감사를 벌여왔다.
코이카 측은 "A씨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해 임직원들이 돈을 빌려줬던 것"이라면서 "돈을 빌려준 이들은 A씨와 민·형사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민사소송에서는 모두 이겼다"고 말했다.
송 이사장은 "A씨가 '등록금 문제 탓에 외국에 있는 아들이 귀국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하기에 계좌이체한 뒤 차용증도 받았다"면서 "외부 심사위원들이 좋은 점수를 줬다는 감사원의 주장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