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배터리 소재 업체 포스코케미칼이 미국 전기차에 9,000억 원대 규모로 인조흑연 음극재를 공급한다. 특히 인조흑연 음극재는 포스코케미칼과 LG에너지솔루션이 손잡고 만든 것이다. 두 회사는 중국산 소재의 비중을 낮추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에서도 유리해질 전망이다.
포스코케미칼은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 배터리 회사인 얼티엄셀즈에 2023~2028년 6년 동안 인조흑연 음극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5일 밝혔다. 계약 규모는 9,393억 원이다. 앞서 포스코케미칼은 얼티엄셀즈와 ①5월 8조389억 원 규모 양극재 공급 ②7월 13조7,696억 원 규모 양극재 공급 등에 이어 세 번째 소재 공급 계약이다.
인조흑연 음극재는 천연흑연에 비해 배터리 충전 속도를 높이고 수명을 늘리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원료 조달이 어렵고, 제조 비용이 많이 들어 주로 중국에서 생산한 소재를 수입해서 썼다. 포스코케미칼은 2021년 12월 경북 포항에 연산 8,000톤(t) 규모의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 공장을 준공, 국산화에 성공했다. 특히 주원료인 침상코크스를 탄소소재 자회사인 피엠씨텍에서 공급받을 수 있어, 원료부터 마지막 소재 생산까지 과정 전체를 자체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양극재 대비 음극재의 국산화율이 낮은 상황에서 인조흑연 음극재의 국산화는 국내 배터리 산업에 큰 의미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글로벌 음극재의 92%를 중국이 생산하며 한국 생산 비중은 5%에 그쳤다. 포스코케미칼은 자동차·배터리사와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북미·유럽 현지 음극재 생산도 추진해 IRA 등 권역별 공급망 정책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현재 연간 8만2,000t의 음극재 생산능력을 2025년 17만t, 2030년 32만t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포스코케미칼이 이런 성과를 낸 배경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도움이 한몫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소재의 중국산 비중을 낮추고 다각화하고자 2020년 초부터 포스코케미칼과 손잡고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 기술 확보에 적극 나섰다. 포스코케미칼이 목표로 하는 성능과 물성을 구현하기 위해 ①원료와 설비가 적절한지 확인하고, ②세부 공정 상세 가이드를 제시하고, ③샘플 테스트 후 피드백도 꾸준히 했다. 두 회사는 3년에 걸친 노력을 통해 인조흑연 음극재를 최초로 국산화하고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사장은 "독자 기술과 원료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고객사를 적극 늘리고, 양·음극재 사업을 균형 있게 키워 글로벌 톱티어 배터리 소재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