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음바페 시대... 펠레도, 호날두도 넘었다

입력
2022.12.0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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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축구황제’ 시대의 서막이 열렸다. 대관식만 남겨 놓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의 간판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23·파리 생제르맹)가 카타르 월드컵에서 또 한번 폭발력을 과시했다. 음바페는 이번 대회 5득점을 포함해 월드컵 통산 9골을 넣으며 같은 나이 때의 '축구황제' 펠레의 기록(7골)을 넘어섰다. 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8골·무소속)를 제쳤고, 리오넬 메시(9골·파리 생제르맹)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음바페는 5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폴란드와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2골 1도움을 기록, 프랑스의 세 골에 모두 관여하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앞서 조별리그에서 3골을 넣은 음바페는 이번 대회에서 총 5골로 메시 등 3골의 공동 2위 그룹과 격차를 벌리면서 득점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올리비에 지루(AC 밀란), 앙투안 그리에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상 프랑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르셀로나·폴란드) 등 유럽에서 알아주는 스타플레이어들이 한곳에 모였지만 이날 경기에서 가장 빛난 별은 음바페였다.

음바페는 전반 26분 수비수를 한 명 제치면서 폭발적인 가속도를 붙여 폴란드의 우측 면을 파괴했다. 슈팅까지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당시 전광판에 표기된 음바페의 속도는 시속 35㎞로 이를 본 관중들의 탄성이 쏟아졌다. 100m 세계 기록을 보유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전성기 시절 평균 시속 37.6㎞였으니 육상 선수들에 버금갈 만한 속도였다.

음바페는 0-0으로 팽팽히 맞선 전반 44분 수비수들 사이로 빠져들어가는 지루에게 정확한 패스를 연결하면서 첫 골을 도왔다. 후반 29분에는 빠른 속도에 더한 정확하고 예리한 슈팅으로 폴란드의 골망을 흔들었다. 그리고 후반 46분 멀티골을 완성하면서 이번 대회 다섯 번째 득점을 올렸다.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른 음바페는 카타르에서 최고 골잡이 등극을 노린다. 이달 20일에 24번째 생일을 맞는 음바페는 만 24세가 되기 전 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대회 전까지는 펠레가 1위였다.

음바페는 첫 월드컵이던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 4골을 넣고 '영플레이어상'을 거머쥐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번엔 전성기를 향하는 나이로 만개한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중이다.

음바페의 통산 9골은 그동안 세계 축구를 양분하던 호날두와 메시의 기록과 비교하면 더욱 돋보인다. 호날두는 2006년부터 5개 대회에서 골을 넣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나 총득점에서는 음바페에게 추월을 당했다. 메시는 음바페와 동률이다.

적장인 체스와프 미흐니에비치 폴란드 감독도 경기 후 “음바페는 환상적인 선수”라며 “그는 ‘스타’이고 메시와 호날두, 레반도프스키의 뒤를 이을 선수”라고 극찬할 정도다.

단 두 대회 만에 두 스타의 기록을 따라잡은 음바페는 첫 골든부트(득점왕)도 유력하지만 "나는 골든부트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승하러 왔다"며 자세를 낮췄다.

도하 = 김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