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국가들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을 배럴당 60달러(약 7만8,000원)로 제한하기로 합의하자 러시아가 “생산량 감소를 감수하더라고 가격 상한 적용 국가에는 석유를 팔지 않겠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4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원유 가격 상한제는 자유 무역의 원칙을 어기는 간섭 행위이며 공급 부족을 촉발해 세계 에너지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원유 생산량을 줄이더라도 우리와 협력할 국가에만 석유 및 석유 관련 제품을 판매할 것”이라며 “상한액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와 관계없이 가격 상한제라는 수단을 아예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시장 메커니즘도 연구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 “러시아가 석유 및 석유제품 가격 상한제가 적용된 나라나 기업 등과 거래하는 걸 금지하는 법령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은 앞서 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자금줄을 끊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액을 배럴당 60달러로 설정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러시아 우랄유 가격(배럴당 70달러)보다 10달러(약 1만3,000원) 정도 낮은 수준이다. 미국과 일본, 영국이 포함된 주요 7개국(G7)과 호주도 EU가 결정한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에 동참하기로 했다.
그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산 원유 수요를 대체하기 위해 산유국들에 증산을 압박해 왔다. 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이날 하루 200만 배럴 감산 방침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OPEC+는 정례 장관급 회의 후 낸 성명에서 “지난 회의에서 합의한 감산 정책을 유지한다”며 “향후 원유 시장을 관찰하면서 수급 균형과 가격 안정을 위해 필요한 경우 즉각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OPEC+ 산유국의 원유 생산량은 10월보다 200만 배럴 감소한 하루 4,185만 배럴 수준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회의에서 일부 OPEC+ 회원국들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서방이 반시장적 조치를 산유국에 반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