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과정의 절차적 하자를 공개적으로 지적한 교수를 징계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 신명희)는 최근 전직 교수 A씨가 소속 대학 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견책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대학 측은 2007년 한국연구재단과 10년짜리 인문학 연구 진흥 사업 협약을 체결하고 사업비를 받아 연구소에서 일할 교수 12명을 임용했다. 이 중 5명은 사업 종료 후에 '대학회계교수'로 전환됐다. 임금 등을 사업비가 아닌 학교가 감당하기로 한 것이다.
A씨는 2017년 11월 공개적으로 대학회계교수 전환 과정의 절차적 하자를 지적했다. 그는 교수회 총회에서 "이번 임용 절차는 사전에 사업 관련 교수들과 알고 지낸 특정 대학 출신 사람들을 찾아내 스카우트 형식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임교수 채용과 달리 4대 일간지 공고가 없었다"며 "임용 분야 지원자가 채용인원의 3배수 미만인데도 절차를 중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런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소속 대학 교수들에게 보냈다.
A씨는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약식기소되자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지난해 4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앞서 대학 측은 A씨에게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적용해 감봉 3개월 징계를 내렸다.
A씨는 무죄 판결을 토대로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찾았으나, 위원회 측은 "이메일 등에 적힌 일부 내용이 허위사실인 것은 맞다"고 판단했다. 다만 공익성 등을 감안해 감봉 3개월을 견책으로 낮추라고 권고했고, 대학 측도 이를 따랐다. 하지만 A씨는 "공익을 위한 문제 제기였으므로 품위유지 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무죄 판결 결과를 거론하며 "A씨가 허위사실을 일부 적시했더라도, 이를 허위라고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문제 제기의) 주요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임용 관련 업무수행에 관여한 교수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다소 저하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A씨가 사실을 적시한 표현의 정도 등에 비춰 볼 때, 개인에 대한 악의적 감정을 표출했다거나 경솔한 공격을 함으로써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비위행위를 했음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