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대면수업 멈춘 영향...하위권만 수학 점수 떨어져

입력
2022.12.0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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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10% 학생 수학 척도점수 9점 하락
상위 10%는 상승, 상위 50%는 변화 적어
"완충장치였던 학교 기능 마비됐기 때문"

코로나19로 교실 문이 닫히면서 나타난 학력 저하는 성적 하위층 학생들에게서 두드러졌다. 온라인 수업으로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나자 상대적으로 열악한 교육 환경에 있는 학생들이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 것이다.

4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교육과정 평가연구' 최신호에 실린 '코로나19를 전후한 고등학생 수학 성취도 변화:실태 및 영향요인' 연구에 따르면, 2019년 148.42점이었던 고등학생들의 '평균 수학 척도점수'는 2020년 146.68점으로 떨어졌다. 척도점수란 매해 새 문항으로 이뤄지는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비교하기 위해 난이도 차이를 조정한 점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학업 성취도 평가의 난이도 차이를 배제해도 학생들의 수학 실력이 하락했다는 뜻이다.

이는 하위권 학생들의 성적이 떨어진 영향이다. 성적 하위 10% 학생들의 수학 척도점수는 2019년 122점에서 2020년 113점으로 9점 내려갔다. 반면 상위 10% 학생들은 171점에서 172점으로 1점 상승했다. 상위 50%를 기준으로 잡아도 척도점수는 150점에서 149점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을 하게 되면서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학습에 쓰는 시간과 오락에 쓰는 시간이 모두 늘었지만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 효과가 두드러졌다. 학습에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정도가 수학 척도점수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2019년보다 2020년에 소폭 감소했다. 반면, 오락에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정도가 수학 척도점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유의미하게 커졌다. 연구진은 "학교 대면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동안 가정에서 긴 시간을 무절제하게 스마트폰 사용, 컴퓨터 게임 등으로 보낸 학생들에게서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결손의 문제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또 사교육 참여 시간이 수학 척도점수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커진 동시에 EBS 수강시간이 미치는 부정적 효과도 확대됐다. 단순히 EBS를 수강해서 성적이 나빠졌다기보다 "학업성취가 낮은 학생들의 EBS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데, 이런 학생들에게 완충장치를 제공하던 학교교육이 코로나19로 무력화돼 EBS 수강시간이 더욱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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