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등법원 "소녀상 전시, 지원 거부 사유 안돼"

입력
2022.12.03 17:46
미지급분 3380만 엔 지급 명령한 1심 판결 유지
"예술은 불편할 수밖에…나고야시장 재량 밖 결정"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등을 전시했다는 이유로 나고야시가 예술제 부담금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는 일본 법원 판단이 2심에서도 유지됐다.

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나고야고등재판소(고등법원)는 전날 평화의 소녀상을 전시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실행위원회에 예술제 부담금 미지급분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에 불복해 나고야시가 낸 항소를 기각했다.

나고야시는 아이치 트리엔날레 실행위에 전시회 개막 전 1억7,100만 엔(약 16억5,700만 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했지만, 2019년 8~10월 열린 아이치 트리엔날레 중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의 작품을 문제 삼아 1억3,700만 엔(약 13억2,800만 원)만 지급했다. 이에 실행위는 2020년 차액 3,380만 엔(약 3억2,700만 원)의 지급을 요구했고, 올해 5월 1심에서 지급 명령을 받아냈다.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는 평화의 소녀상과 히로히토 전 일왕의 모습이 담긴 실크스크린 작품이 불타는 '원근을 껴안고' 등이 전시돼 일본 우익의 항의를 받았다. 이들이 테러 위협을 하고 전시장 밖에서 소란을 피우는 일이 계속되자 아이치현은 개막 사흘 만에 전시를 중단했다.

나고야시는 항소심에서 표현의 부자유전 일부 전시품이 "일본인에게 불쾌감을 주고, 정치적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며 "이런 기획전에 공금을 지출하는 것은 신뢰를 잃을 위험이 있고, 지급하지 않기로 한 판단에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익인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은 앞서 "기획전 전시 내용에 반일 프로파간다가 포함됐다"며 부담금 지급을 거부했다. 다카시 시장은 2020년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한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철거 요구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예술은 감상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는 1심 판결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전시품이 공익에 어긋난다며 미지급분 교부를 거부한 나고야 시장의 판단에 대해 "재량권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판결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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