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억울하게 옥살이한 윤성여(55)씨에 대한 국가배상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 이춘재에게 살해당했지만 단순 가출사건으로 조작된 피해자 유족에 대한 항소도 포기했다.
법무부는 1일 윤씨 사건 등에 대해 "수사기관의 과오가 명백히 밝혀진 사안"이라며, 국가 책임이 인정된 1심 판결을 받아들여 항소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윤씨는 1988년 9월 경기 화성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1심에서 범행을 인정했다가 항소심에선 경찰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20년간 복역하다 2009년 가석방됐다. 이춘재가 2009년 10월 자신이 진범이라고 자백하면서 윤씨는 재심을 청구했고, 2020년 12월 32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무부는 "불법 체포와 구금, 가혹행위 등 반인권 행위가 있었고, 피해자가 20년간 복역했으며 출소 뒤에도 13세 소녀 강간범이란 누명을 쓰고 사회적 고립과 냉대를 겪어온 점 등 불법성이 매우 중한 사정이 있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국가가 윤씨와 가족에게 21억7,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수원지법도 지난달 이춘재의 10차 살인 사건인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 유족에게 2억2,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초등생 김모양은 1989년 화성시 태안읍에서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다 실종됐다. 이춘재의 김양 살해 자백 뒤, 당시 경찰이 김양 유류품과 시신 일부를 발견하고도 은폐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양 부모는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 선고 전 모두 사망했다.
법무부는 "담당 경찰관들의 의도적 불법행위로 피해 가족이 30년간 피해자 사망 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했고, 사체 수습도 못한 채 애도와 추모의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했다.
한동훈 장관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힌 사건인 만큼 국가의 과오를 소상히 알리고 신속한 배상이 돼야 한다"며 "오랫동안 고통을 겪은 피해자와 가족들께 국가를 대신해 진심으로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