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집단 내 계열사가 서로 내부거래한 금액이 200조 원을 넘었다. 총수2세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일수록 내부거래 비중은 컸다. 매출을 계열사에 많이 몰아주면 경쟁을 통한 기업의 혁신을 저해할 수 있고, 총수2세의 승계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커진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일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을 보면, 5월 기준 76개 대기업집단의 2021년 내부거래 금액은 218조 원으로 전년보다 34조5,000억 원(18.8%) 늘었다.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비중은 전년 대비 0.2%포인트 오른 11.6%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등을 감시하기 위해 내부거래 현황을 따져 보고 있다.
총수가 있는 상위 10개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금액은 155조9,000억 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15.1% 증가했다. 다만 10개 그룹의 내부거래 비중은 12.9%로 전체 평균이 올라간 것과 달리 0.2%포인트 낮아졌다. 내부거래 금액 증가는 코로나19가 터졌던 2020년 대비 지난해 매출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도 커졌다. 총수가 있는 66개 대기업집단 기준 총수2세 지분율이 20% 이상인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9.3%였다. 총수2세 지분율이 20% 미만인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11.4%)과 비교하면 7.9%포인트 높았다. 총수2세 지분율이 50% 이상이면 내부거래 비중은 24.3%로 더 뛰었다. 총수2세가 경영권을 많이 확보한 회사일수록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거래를 많이 한다는 뜻이다.
공정위가 올해 처음 공개한 물류·정보기술(IT) 분야 내부거래 비중은 다른 산업보다 컸다. 물류·매출 현황을 공시한 31기 대기업집단의 물류 내부 매출액은 12조3,000억 원, 내부거래 비중은 49.6%로 조사됐다. 특히 쿠팡의 내부거래 비중은 100%에 달했다. IT 분야 내부거래 비중은 물류보다 높은 68.3%였다. 두 산업은 정보 보안 등을 이유로 수의계약을 통한 계열사 간 거래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혜영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물류·IT 분야 회사는 매출을 계열사에 의존함에 따라 자체적 혁신 동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내부거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부분은 낮추는 방향으로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