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군단' 골잡이 계보 잇는다... '괴물' 학포의 등장

입력
2022.11.30 18:00
21면
조별리그 3경기 연속골... 득점 공동 선두
대형 공격수 부재에 흔들렸던 네덜란드
반바스텐·반니·반페르시 잇는 학포 등장에
"스타가 될 모든 조건 갖췄다" 흥분

'오렌지군단'이 드디어 신형 무기를 장착했다. 그 주인공은 1999년생 코디 학포(23·PSV)다.

학포는 30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마지막 경기인 카타르전에서 전반 26분 선제골을 기록하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팀의 16강행 초석이 된 골이자 조별리그 3경기 연속 득점이었다. 네덜란드는 후반 4분 프랭키 더용(25·바르셀로나)의 추가골까지 터지면서 2승1무, A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네덜란드는 유럽 전통의 강호였지만 이번 대회 우승후보로 손꼽히기엔 2% 부족했다. 바로 최전방 공격수의 파괴력이 검증되지 않았던 것. 버질 반 다이크(31·리버풀), 더용 등 수비와 미드필드에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유했지만 공격력에선 의문 부호가 붙었다.

네덜란드는 마르코 반 바스텐, 패트릭 클라위베르트, 루드 반 니스텔루이, 로빈 반 페르시 등 기라성 같은 공격수들을 배출해온 축구 강국인 만큼 대형 스트라이커의 부재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네덜란드가 지난 2018년 러시아 대회 본선 진출에 실패한 것도 믿을 만한 공격수의 부재 때문이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 또한 조별리그 1차전 이후 네덜란드의 치명적 결점으로 피니셔의 부재를 꼽았다. ESPN은 "네덜란드는 반 페르시, 반 니스텔루이, 반 바스텐 같은 위대한 공격수가 있다면 우승 경쟁에 더 가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의문점을 해결해줄 신예가 등장한 것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월드컵 본선 무대를 처음 밟은 학포는 세네갈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데뷔전 데뷔골'이자 결승골을 기록했고, 두 번째 경기인 에콰도르전에서도 전반 6분 선제골을 뽑아 승점 1점을 챙기는 데 공헌했다.

네덜란드가 기록한 5골 중 절반 이상을 홀로 책임지며 '오렌지군단'의 신형 주포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킬리안 음바페(24·프랑스), 에네르 발렌시아(33·에콰도르)와 함께 대회 득점 공동 선두다. 네덜란드 축구 대표팀 역사상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3경기 연속골을 넣은 선수도 학포를 포함해 4명밖에 되지 않는다.

감독과 동료들의 믿음도 굳건하다. 루이 반 할 네덜란드 감독은 "학포는 스타가 되기 위한 모든 조건을 갖췄다"며 극찬했고, 주장 반 다이크 또한 "여전히 잠재력이 많은 선수"라며 "앞으로 보여줄 게 더 많다"고 대견해했다.

한편 같은 조의 세네갈은 칼리두 쿨리발리(31·첼시)의 결승골로 에콰도르를 2-1로 꺾고 네덜란드에 이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세네갈이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은 8강에 진출했던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20년 만이다.

이승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