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치료 새 역사 열리나"…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카네맙’ 3상 임상 효과

입력
2022.11.30 12:32
레카네맙 투약 18개월 후 ‘임상 치매 척도’ 27% 개선

바이오젠ㆍ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카네맙(Lecanemab)’의 3상 임상시험 결과가 2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알츠하이머병 임상 국제 콘퍼런스(CTAD)에서 공개됐다.

크리스토퍼 반 다이크 미국 예일대 알츠하이머병 연구단장 등이 주도한 다국적으로 시행된 3상 임상시험 결과가 세계 최고 의학 저널인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29일 발표됐다.

아밀로이드-베타(amyloid-β) 단백질은 뇌 속 뉴런 사이 공간에서 서로 뭉쳐 알츠하이머병의 특징 중 하나인 독특한 플라크를 형성한다.

레카네맙은 우리 몸이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를 공격하기 위해 만드는 것과 같은 항체로, 뇌에 축적되는 끈적끈적한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제거하도록 면역체계에 지시하도록 조작됐다.

이번 레카네맙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3상 임상시험은 초기 알츠하이머병(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 인지 장애 또는 경도 치매) 환자 1,795명(50~90세, 898명은 레카네맙을, 897명은 위약을 투여)이 참여해 2주마다 레카네맙을 주입했다.

그 결과, 레카네맙 투약 18개월 후 ‘임상 치매 척도(CDR-SBㆍ범위 0~18, 점수가 높을수록 장애가 심각함)’ 기준선 대비 개선 정도에 대해 위약군 대비 27%가 개선되는 효과를 나타냈다.

하지만 레카네맙 효과가 미미하고 환자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뇌 스캔은 뇌출혈(참가자의 17%)과 뇌부종이나 삼출액이 있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13%)이 생길 위험이 나타났다. 또한 레카네맙을 투여한 사람의 7%가 부작용으로 투약을 중단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이번 3상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내년 1월 6일 레카네맙의 광범위한 사용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영국 BBC방송은 “레카네맙의 이번 3상 임상시험 결과가 수십 년간 실패했던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새 시대를 여는 돌파구가 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했다.

30년 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고안한 세계 최고 연구자 중 한 명인 존 하디 교수는 “이번 3상 임상시험 결과는 역사적인결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신경학자이자 알츠하이머병 연구원 레이사 스펠링 박사는 “레카네맙이 알츠하이머병 원인으로 꼽히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과 타우(tau)의 조합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이에 앞서 바이오젠ㆍ에자이는 FDA 승인을 받았던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의 상용화에 사실상 실패하고, 로슈의 간테네루맙도 3상 임상시험에 실패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50년 전 세계 치매 환자가 1억3,900만 명으로 예상하는가 하면 국내에서도 2040년 치매 인구가 2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치매진단법은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이 가장 정확한 것으로 꼽힌다. 하지만 비급여 항목이어서 100만 원이 훌쩍 넘는 비용을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뇌척수액 검사는 50만 원 수준으로 비용이 절반 정도이지만 검체(샘플)를 얻기 쉽지 않고 환자 불편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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